백화점서 10만원 팔면 3만원 수수료 뗀다

대규모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높은 판매수수료와 판촉 행사를 위해 파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체 납품 중소기업 애로실태'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평균 29.4%로 조사됐다. 신세계백화점이 30.0%로 가장 높았고 현대백화점(29.4%), 롯데백화점(29.0%)이 뒤를 이었다.
특히 최대 판매수수료의 경우 입점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신세계백화점이 의류 부문에서 최고 42.0%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은 생활용품·주방용품 부문에서 최고 39.0%, 롯데백화점은 구두·악세사리·패션잡화 부문에서 최고 37.0%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했다.
또한 백화점의 경우 특정매입이 48.8%로 절반에 육박하는 반면, 직매입은 8.7%에 그쳐 납품 중소기업이 대부분 재고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매입은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반품하는 방식이고, 직매입은 재고 부담을 안고 제품을 매입한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부에서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판매분 매입도 12.8%에 달해, 중기중앙회 측은 "조속한 정부의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판매분 매입은 판매된 수량에 대해서만 납품업자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는 직매입(70.5%)이 가장 많았고, 판매분 매입(11.1%)이 뒤를 이었다. 대형마트의 마진율은 평균 31.4%였으며, 롯데마트가 36.4%로 가장 높고 홈플러스(34.2%), 이마트(33.3%), 하나로마트(24.2%) 등 순이다. 마진율은 유통업체가 납품받은 가격에 얼마의 마진을 붙여 판매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다.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들은 판매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9.6%)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 적용(39.1%), 업종별 동일 수수료율 적용(30.8%), 입점기업 협의체 구성 운영(2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2월 8일까지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 거래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영업담당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편 최근 1년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한 중소기업 215곳은 평균적으로 16개 지점에 파견직원(상시·임시)을 월평균 25명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인건비는 월평균 4200만원이었다.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은 종업원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납품업자의 자발적 파견 요청' 등에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조항을 이용해 파견 직원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납품 중소기업들은 판촉사원의 파견에 따른 매출 증가가 납품기업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만큼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인건비를 25%가량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윤규 중소기업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파견직원 인건비 부담 등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편법 운용이 횡행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비용 전가 관행을 근절하고, 특정매입에 치우친 매입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