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FMK] |
1940년 이전까지 마세라티 공장이 있던 이탈리아 볼로냐의 광장에는 로마의 신 넵투누스가 삼지창을 든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있었다. 넵투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이다. 포세이돈이 로마 신화에서 넵투누스가 됐다.
마세라티는 국내에서도 신 덕분에 인지도를 높였다.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서 도깨비 공유와 정체를 감춘 신 육성재가 마세라티 차를 타고 나오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르반떼는 신차(神車) 브랜드 마세라티가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내놓은 SUV다. 도깨비에서 공유가 타고 나와 '도깨비 차'라는 애칭도 있다.
그전까지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같은 고향 출신 슈퍼카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낮았지만 도깨비 덕에 인지도 '홀인원(Hole in one)'을 기록했다.
르반떼 차명은 온화한 바람에서 순간 강풍으로 돌변하는 '지중해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자애롭지만 순간 돌변해 격노하는 등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그리스·로마 신들을 연상시킨다.
FMK가 국내 판매하는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르반떼(1억2740만원~1억3910만원)와 르반떼 S(1억5770만원~1억6590만원), 디젤엔진을 장착한 르반데 디젤(1억2440만원~1억3610만원)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3.0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430마력, 최대토크는 59.1kg.m, 발진가속도(시속 10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는 5.2초, 최고 속도는 264km/h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연비는 ℓ당 6.4km(도심 5.6km, 고속 7.8km)다.
겉모습은 그리스·로마 조각품 같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우아하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매섭다. 눈(헤드램프)과 입(라디에이터그릴)은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먹이를 노려보는 맹수를 연상시킨다.
차에 오르내리기 편하다. 스포츠모드로 달릴 때처럼 차고가 낮아지는 에어서스펜션이 주차 때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에어서스펜션은 지상고가 최대 8.5cm까지 조절된다.
실내는 신전처럼 품격을 추구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명품 손목시계를 닮은 아날로그시계가 자리 잡았다. 기존보다 커진 8.4인치 모니터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내비게이션, 온도조절 등 차량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과 아날로그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팔걸이 수납함은 보기보다 넉넉하다. 깊이가 깊어 작은 핸드백은 충분히 넣을 수 있다.
신들의 의상에 사용할 법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최고급 원단도 시트 중심, 천정, 도어 트림 등 곳곳에 사용했다.
스티어링휠은 테두리에 홈이 파져 있다. 타이어로 감싸진 휠처럼 오목하다. 처음엔 낯선 질감에 움찔했지만 몇 번 돌리자 익숙해졌다. 홈 때문인지 손에 감기는 그립감은 만족스럽다. 노멀, M(수동), I.C.E, 스포츠 4가지 주행모드 중 스포츠를 선택했다
'오페라의 신'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반한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이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포효하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허장성세'가 아니다. 포효 소리에 걸맞는 신들린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2톤이 넘는 거구가 괴력을 발산하며 거침없이 질주한다. 발진가속도(시속 0→100km 도달시간)는 5.2초다. 기블리 3.0 가솔린 모델의 5.6초보다 빠르다. 'SUV 탈을 쓴 스포츠카'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I.C.E 모드를 선택했다. I.C.E는 'Increased Control and Effici ency'의 약자다. 차량 반응을 노멀 모드보다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연료 소모와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변덕스러운 그리스·로마 신들의 성격에 어울리게 스포츠 모드에서는 격정적으로 화를 냈다가 I.C.E 모드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망설임없이 릴렉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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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목소리 파바로티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틀자 1280W 앰프와 17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우어앤드윌킨스(B&W)가 오페라 현장을 그대로 차 안으로 가져온다. 우렁차고 깨끗한 음질은 르반떼를 달리는 콘서트홀로 변신시킨다.
경쟁상대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다. 르반떼는 스포츠카 플랫폼으로 제작돼 무게중심이 낮아 온로드에서 다이내믹한 성능을 발휘한다.
페라리 마나렐로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가솔린 엔진은 고압 직분사 시스템과 2개의 터보차저를 갖춰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2017 워즈오토 베스트 10 인테리어'부분에서 수상한 인테리어도 르반떼의 가치를 높여준다.
'신과 함께' 국내 진출한 르반떼는 수입 SUV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넘버원(No.1)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수입차
아울러 열정적인 스포츠카, 편안한 패밀리카, 야생미 넘치는 오프로더 등을 모두 충족시키는 올인원(All in one) SUV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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