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2014 동안 Formula One 선수들의 평균적 경쟁 관계를 시각화한 모습 [사진제공 = KAIST] |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45년간의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에서 발생한 사고 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행위자들 간의 지위나 정체성이 비슷할수록 폭력,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짐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는 사용자와 노동자, 권력자와 시민처럼 권력과 정체성이 다른 집단 사이의 갈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갈등으로 범위를 좁히면 오히려 사회적 위치가 비슷한 관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한다. 나와 비슷한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의 지위나 정체성에 대한 모호함이 발생하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연구들은 제한된 인간 집단이나 동물 실험을 대상으로 한 뇌 과학이나 생화학적 지표를 통해서만 이뤄지곤 했다. 따라서 기존 연구는 인간관계와 그 관계로부터 만들어지는 정체성의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 이원재 교수 |
사회 현상과 F1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박사 논문 주제로 테니스를 연구한 이 교수는 사회과학자들이 스포츠를 모델로 삼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나 조직에서의 경쟁관계나 우위는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반면 스포츠는 종속변수로 삼는 선수의 성과가 굉장히 객관적으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어떠한 사회적 관계를 가지며 어떠한 구조적 위치에 있느냐를 측정하는 것이 기본적 모델인데 F1 데이터는 그런 면에서 매우 객관적인 수치 기록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의 결과는 경쟁이 일상화된 시장이나 조직에도 적용 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극한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조건을 밝혀냄으로써 갈등으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 및 체계의 설계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26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