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던 국제유가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최근 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유가 상승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유업계와 수주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조선업계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중동지역 지적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의 상방 리스크가 다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지난 2월 배럴당 59.19달러까지 떨어진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7일(현지시간) 68.1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배럴당 62.59달러에서 74.64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서방 세계와 이란·시리아·예멘 등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유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수정하는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기존 핵합의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기존 합의를 고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서방세계 측은 기존 핵합의를 고칠 수 없다면 이를 철회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재개되면 브렌트유는 80달러를, WTI는 75달러를 각각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제유가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는 정유·조선업계 등은 올해 국제유가가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전망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한 원유 생산 감축 합의로 인한 국유가 상승 요인과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증산으로 인한 하락 요인이 WTI 기준 배럴당 60달러선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국제유가가 예상을 벗어난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정유·조선업계는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바로 실적에 반영된다. 미리 사둔 원유 재고의 가치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고평가이익은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익으로 실제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유가가 상승추세를 유지하면 정유업체들은 싸게 산 원유로 석유제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아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조선업계는 계약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수주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개발업체가 유전 개발 수익성을 확보하면 발주가 늘어나고, 한국 조선업체들은 기술력을 내세워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여유가 생긴 오일업체들이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보다 기술력에 중점을 두고 입찰업체들을 평가할 수 있어서다.
앞서 국내 조선업체들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가 발주한 아프리카 또르뚜 유전 개발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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