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 = 매경DB] |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포탈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 6부에 배당했다고 9일 밝혔다. 형사 6부는 기업·금융범죄 전담부서이자 특수부로 권력형 비리 등 특수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다.
세무조사 중이던 국세청은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조 회장이 물려받으면서 상속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단서를 잡았으며,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가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출국금지 조치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4일 이 이사장을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을 금지시켰다. 공개된 제보 동영상 속에서 공사장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밀친 것 등이 문제가 됐다.
차녀인 조 전 전무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오는 11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과 관련해 국내는 물론 대한항공 해외 지점 직원들을 불러 소환조사한다. 혐의가 드러날 경우 빠르면 다음주께 총수 일가의 소환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압수수색 당시 찍은 수천장의 물품 사진을 일일이 대조하며 밀수품인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사태 전반을 자체 감사 중인 국토부는 미국 국적의 조 전 전무가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해 진에어 면허 발급에 문제가 없는지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다. 2년 전 개정된 항공법에 따라 진에어에 대한 면허 회수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 외에도 지난 2014년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별도로 구성된 항공안전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대한항공이 제대로 지켰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안전위를 이사회 직속으로 배치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한 외부 독립채널 신설 등이 골자다.
지난달 대한항공 본사와 계열사 등에 현장조사를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도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통행세를 포함해 부당거래와 사익편취 등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국회도 나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0일 오전 대한항공 청문회 실시를 위한 국회 청원 서명 캠페인에 나선다. 앞서 정의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김종민 후보도 지난 7일 조 회장의 자택 앞에서 '갑질과의 전쟁, 조양호 일가 아웃(OUT)' 행보를 벌인 바 있다.
↑ 지난 4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열린 1차 `보이스 2018 조양호 OUT` 촛불집회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항의의 의미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 강영국 기자] |
이날 오후 대한항공조종사 새노조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총수 일가 갑질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이번 대한항공 사태 이후 두 번째 노조 집회로, 조종사들이 따로 모여 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노조와는 별개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칭)도 지난주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촛불집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다.
집회 사회는 땅콩 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과 행사 전문 진행자가 함께 맡는다. 땅콩 회항 사건을 비판하는 '땅콩 주머니 터뜨리기' 등 퍼포먼스도 마련됐다. 현재 집회 준비를 위한 펀딩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진그룹 계열인 진에어 직원들과 인하대 교수·학생·동문들도 집회에 참여한다.
직원연대는 집회에 앞서 호소문을 내고 ▲재벌 갑질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 및 제도 개선 ▲항공사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철회 ▲조 회장 일가의 폭력·불법·밀수·내부거래를 통한 부당
한편 조 회장과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다음주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말에 잡힌 공식적인 출장 업무이지만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출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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