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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장품 현주소 ②] 재료·용기 모두 중국산…한국 7080년대 수준

기사입력 2018-06-12 09:01 l 최종수정 2018-06-12 09:22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
마치 여성 소비자가 화장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한 듯한 위 발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3년여 전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북한 화장품의 품질을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겨룰 수 있도록 주문했다.
북한은 국가 건설 초기부터 화장품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경공업을 농업과 함께 '경제토대를 튼튼히 하고 인민생활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화장품 기술력과 비교하면 1970~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통치자의 높은 관심에 따라 발전해온 북한 화장품 산업을 되짚어보는 일은 의의가 있다.
◆ 북한 3대에 걸친 화장품 육성정책
북한의 화장품 육성정책은 김일성 때부터 시작됐다.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는 김일성이 항일운동으로 꾸미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전리품 중 분이나 크림 같은 화장품이 나오면 나눠줬단 내용이 담겨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일성은 여성의 심리를 읽는 데 남다른 감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성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남성을 적극적인 혁명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고 이 중 하나가 화장품 육성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화장품 공장을 사회주의 초기부터 건설해 1949년엔 신의주화장품공장을, 1957년엔 평양화장품공장을 각각 세웠다. 1957년 북한이 공표한 '생활필수품 증산대책에 관하여'에선 화장품 품종과 수량을 늘리고 향료와 합성향료 연구·생산에 대한 구체적인 교시가 담겼다.
교시를 이어받아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의 화장품 육성 정책은 계속됐다. 경공업 발전을 경공업혁명방침이라 이름 짓고, 혁명적 차원에서의 이행을 촉구했다. 2003년 8월 김정일이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한 이후 북한 내 화장품 기술혁신 열풍이 일어나 생산 공정을 바꾸고 신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해외에 체류한 경험이 있고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에게 조언을 많이 얻어 화장품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화장품의 우수성을 맹목적으로 칭찬하던 선대와 달리 산업적 접근을 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는 랑콤, 샤넬, 크리스찬 디올, 시세이도 등 해외 브랜드를 직접 언급하며 북한 화장품은 특히 색조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잘 번지는 북한산 마스카라의 문제점 개선 시 공장 임금을 인상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제품 생산과 판매에 경쟁이란 자본주의 방식을 도입한 것은 북한 경제 방식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진한 메이크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던 색조 화장품 연구가 이뤄지고, 최근엔 마스크팩 생산도 시작됐다. 품질 개선과 품목 확장에 나선 셈이다.
남 교수는 "김일성·정일 부자가 화장품을 여성 노동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면 김 위원장은 화장품의 구체적인 품질에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할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화장품 산업은 원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교한 화학 공정이 있어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획기적인 변화는 어렵지만, 경제적 능력이 바탕이 되고 해외와의 산업 교류가 활발해 진다면 화장품과 화학공업 전반에 대한 북한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화장품 기술력
북한 여성들은 '옥수수 죽을 먹더라도 화장품은 고급을 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수요는 높지만 북한의 기술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군정치와 군수 및 중공업 위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경공업인 화장품은 체제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뿐 높은 관심에 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지진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에서 북한 화장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지난달 열린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에서 북한 화장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북한의 화장품 종류는 80여가지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스킨과 로션, 파운데이션, 립스틱, 볼터치 등 여성 화장품 외 남성용 화장품도 있다. 특히 봄향기는 북한 여성들에겐 물론,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화장품으로 대표상품인 개성고려인삼크림은 고려인삼 추출물을 주원료로 수십 가지의 한방 약재를 배합해 전세계 2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 모두 자체적으로 완전 제조하지 못하고 재료와 용기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의 화장품·생활화학용품 기업은 2000년 이후 46개 업체로 파악되며 이 중 투자 및 생산이 확인된 기업체 수는 29개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가 2016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에 대한 성분 분석에 들어간 결과, 북한 화장품의 제조 기술은 한국의 1970~1980년대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화장품의 최대 유통기한은 2년으로, 평균 유통기한이 3년인 한국 화장품과 비교하면 제조는 물론 보존 기술도 부족하다. 뚜껑이 용기에 제대로 맞물려있지 않

거나 스프레이가 작동하지 않으며, 성분 표기 역시 미흡하단 한계가 있다. 함유량과 상관없이 성분이 두서없이 나열돼 있거나 들어있지 않은 성분이 표기돼 있다.
특히 파라벤 계열의 성분을 방부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위생규격 기준이 없거나 매우 낮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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