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 김승주 고려대 교수, 김준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가 지난 25일 저녁에 열린 `블록체인 밋 아카데미` 밋업 패널 토의에서 열띈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용영 기자] |
"블록체인은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안전하지 않다.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 위에서 가동되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4월에만 인터넷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으로 이더리움 15만달러 어치가 도난당했다. 블록체인의 지향점은 굉장히 좋지만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김용대 카이스트 교수)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새로운 혁신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막연한 환상을 갖기보다는 기술 개발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적 성숙도가 아직 낮은 상태에서 코인공개(ICO)를 필두로 장밋빛 미래만 제시되면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삼성점에서 열린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크립토서울이 주최한 '블록체인 밋 아카데미(Blockchain Meet Academy)' 밋업에서다. 이번 행사는 학계에서 바라보는 블록체인의 현 상태와 미래 전망을 진단하는 자리로 시스템 취약 분야의 권위자인 김용대 KAIST 교수, 삼성전자 출신의 보안 전문가인 김형식 성균관대학 교수, 암호경제에 적용되는 메커니즘 디자인과 경매 시스템을 전공한 정승원 영국 브리스톨 대학 교수, 정보 보안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김승주 고려대학교 교수 등 블록체인 학계 주요 인사와 김준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참가했다.
이들 전문가는 블록체인에 대해 최근 쏟아지고 있는 지나친 낙관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은데 지나치게 부풀려져 홍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가 기술 개발보다 코인공개(ICO)를 통한 한탕주의에 빠져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승주 교수는 "작년 연말 독일에서 전문가 50여명을 인터뷰해 블록체인 성장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결론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쓰기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이라며 "블록체인은 암호학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P2P 네트워크, 게임 이론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섭렵해야 만들 수 있는 고도의 기술 결정체"라고 밝혔다.
김용대 교수도 "해킹과 다수의 취약점,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 등 현 인터넷이 내포한 문제들이 블록체인에 고스란히 이전되고 있지만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ICO나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P2P 설계나 인터넷 네트워크 상의 기본적인 문제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제도와 규제 측면에서도 폭넓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관련 법률과 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ICO가 금지되느냐 마느냐와 같이 단편적인 질문이 대다수"라며 "합의 과정 메커니즘, 블록체인 상의 토큰 보유자들간 이해관계 등도 법률적으로 볼 여지가 많아 다양한 법률,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업계의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김준영 변호사는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거래소 해킹 사고는 자율 규제를 통해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용대 교수는 "블록체인협회에서 거래소 심사에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인 네거티브 심사를 제안하니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반대로 포지티브 규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정해준 대로만 하고 나머지는 떠넘기는 면피성 발상으로는 신뢰를 줄 수 없고 시장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승주 교수도 "규제의 핵심은 사고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전자결제를 대중화시킨 페이팔도 사고가 발행했을 때 모두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신뢰를 획득했다"며 "신뢰를 줄 수 있는 참가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암호화폐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널토의 이외에 김용대 교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평가 감수 사례와 김형식 성균관대 교수의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비트코인 확장성 개선, 정승원 영국 브리스톨대 교
[디지털뉴스국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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