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예후가 나쁘기로 유명한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의 근본 원인을 규명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강석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공동으로 교모세포종 돌연변이가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교모세포종 원인이 암 발생 부위일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로, 악성도가 가장 높은 교모세포종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모세포종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사망률이 높다.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 소재로 등장해 대중에게도 친숙한 질병이다. 악성뇌종양은 미국 암 사망률은 4위에 오를 만큼 흔하며 에드워드 케네디,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이 질병으로 사망했거나 투병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제 등을 병행하는 실정이다.
이번 논문은 지금까지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암 연구가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에 대한 연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모세포종은 물론 다른 암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뜻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이주호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 교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뇌종양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종양을 떼어내도 1~2년 후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암은 돌연변이인데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곳이 종양이 아닌 다른 부위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곳이 바로 뇌실하영역(SVZ)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을 한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종양조직 외에 수술 중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 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한 결과, 교모세포종 시작이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낮은 빈도의 종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특히 유전자 편집 동물 모델을 통해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교모세포종이 되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돌연변이 세포가 불꽃놀이처럼 곳곳으로 퍼진 뒤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부위에서 종양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교수 연구팀은 KAIST 교원창업으로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에도 본격 나선다. 이 교수가 설립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소바젠(대표 김병태)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뇌실하영역의 세포가 교모세포종으로 진화되는 과정을 막기 위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 교수는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교모세포종의 원인을 파악하고 동물 모델 제작까지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에게서 찾은 조직을 동물에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여기서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임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 병리학적 진단 기준을 세우는 세계 뇌전증학회 핵심 위원으로 참여해 국제 기준을 만드는 등 난치성 뇌질환 기전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후천성 뇌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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