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나날이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악역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리라화 폭락에 따라 터키의 외채상환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터키와 교류가 많고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신흥국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현지시간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터키 위기가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터키가 국내총생산(GDP)의 세계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라며 부정적 여파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자산 2조 달러(약 2천270조원) 규모를 다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 신흥시장 지수 중 터키의 비중은 1% 미만이고 현재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중국이 무려 30%라는 점인 것을 고려할때, 터키 위기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터키의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터키와 가까우면서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이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터키 금융 위기로 다른 신흥국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멕시코 페소 같은 신흥시장 통화는 타격을 입었으나 달러, 엔, 스위스 프랑에 대한 수요는 늘었습니다.
오늘 엔화의 가치는 0.7% 올라 달러당 110.17엔 안팎을 기록했고, 미국 국채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역내 시장에서는 0.4%, 역외 시장에서 0.3% 각각 떨어졌고, 호주 달러는 0.3% 내려갔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잭슨은 "최근 수 개월간 일어서던 신흥시장이 또 맞바람을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잭슨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신흥시장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고 있으며 무역전쟁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며 "신흥시장을 향한 투자자 심리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터키의 외환위기는 터키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실한 무슬림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자를 '만악의 부모'로 묘사하며 터키 경제 위기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금리 인상을 죄악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제(12일) 집권당 유세에서 "최저화하지 않을 때 금리는 빈익빈 부익부의 착취 도구"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터키와 미국의 갈등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작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미국이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터키 정부가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족을 미국이 지원하고, 터키가 미국 적성국인 이란,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강화한 것 역시 터키와 미국이 갈등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의 국제통화전략실장인 샤하드 잘리누스는 "이전 외환위기 때 시장의 대전제는 미국이 도우려 할 것이라는 점이었지만 이제 더는 그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에 억류된 미국인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하고 추가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