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냉방 사용이 늘면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여러 번 경신했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우려와 달리 전력이 부족한 날은 없었습니다.
오늘(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8월 두 달 동안 공급예비율은 7월 23∼27일, 8월 13∼14일 등 7일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7월 24일에는 예비율이 7.7%까지 낮아졌지만, 이때도 공급 가능한 전력과 수요의 차이를 의미하는 공급예비력은 709만kW에 달했습니다.
예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위기경보 준비 단계에 들어가는데 200만kW 정도 여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전기 사용 자체를 줄이는 수요관리 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공급이 충분했습니다.
기업이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은 지난겨울에 10번 사용했지만, 올해 여름에는 기업에 부담될 수 있고 DR 없이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발령하지 않았습니다.
DR를 최대한 활용하면 최대 420만kW의 예비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7일에는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이 또한 전력공급에 크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산업부는 올여름 사상 최대 수준의 공급능력을 확보했고, 8월 중순에는 공급능력이 1억만kW까지 올라갔습니다.
이후 온도가 내려가면서 8월 24일 이후 평일 공급예비율이 20%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발전소 5개 중 1개는 쉬었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요금 '폭탄'도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전력이 검침일이 8월 1일부터 12일까지인 전국 874만 가구의 전기요금을 분석한 결과 올여름 가구 4곳 중 3곳의 전기요금이 작년 여름보다 늘었는데 늘어난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1만7천원 정도였습니다.
작년 여름보다 10만원 이상 증가해 이른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는 전체의 1.4%에 그쳤습니다.
전력수급과 전기요금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에 비해 올여름을 무사히 넘긴 셈입니다.
그렇지만 전력 정책에 대한 논란은 다시 고개 들 가능성이 큽니다.
여당과 정부는 주택용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산업부는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줄거나 증가하는 계층이 있다고 보고 국회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때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도 속도를 늦추겠다고 했을 뿐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닙니다
올겨울에도 지난겨울처럼 한파가 몰아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경우 수요 전망과 공급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산업부는 '하계 전력수급 대책기간'이 끝나는 오는 14일 이후에도 전력수급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방침입니다.
2011년 9월 15일의 순환 정전은 여름이 지나갔다고 '안심한'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