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실적 악화에 이어 가맹점과의 갈등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성장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은 자연스레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1세대 화장품 브랜드 신화의 주역이었던 가맹점주들의 생존권 요구가 거세지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사의 갑질을 고발하고 있다. [사진 = 신미진기자] |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가맹점주에게 공급되는 가격보다 온라인에 판매되고 있는 가격이 더 저렴한 판매 행태를 시정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의 자회사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에는 전체 가맹점 480개 중 약 150여 명의 가맹점주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날 집회에는 약 70여 명의 점주가 모였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이 거리로 나온 건 지난 달 25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온라인 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생경영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본사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
시종필 더페이스샵 가맹점협의회장은 "지난 달 1차 집회 이후 본사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오히려 콜라겐 앰플 파운데이션 등 단종품이 더 늘어나 재고라도 서로 가져가려는 가맹점주들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맹점주협의회는 ▲무리한 세일 정책 자제 ▲마진율 회복 등을 본사 측에 요구했다. 또 더페이스샵뿐 아니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네이처컬렉션 등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가맹점협의회와 연합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화장품 본사와 가맹점간 갈등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등도 온라인 저가 판매 정책을 두고 본사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온라인 매출 가맹점 이관' 방안을 도출했지만 이마저도 직영몰에 국한됐다.
또 스킨푸드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 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이 전부터 스킨푸드 가맹점주들은 원활하지 않은 물품 공급 등으로 갈등을 빚었으며 현재는 폐업 위기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이니스프리 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달 25일 아모레퍼시픽 서울 용산 사옥에서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 |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의 위기는 온라인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인 측면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3%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2.7%에 그쳤다.
이에 따라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매출도 주저앉았다. 데페이스샵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673억원으로 3년 전인 2014년(6101억원)대비 7% 감소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690억원에서 15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매출을 보전하기 위한 할인 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47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92억원으로 늘었다. 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역시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2.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홈쇼핑과 온라인 진출 등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직영의 경우 채널 활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 애경산업의 경우 '에이지투웨니스등 화품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9.9% 증가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로드숍의 경우 가맹점 매출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더페이스샵의 경우 2012년 전체 매출 중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였으나 지난해 31.3%, 올해 상반기에는 29%까지 떨어졌다. 이 마저도 면세점이 포함돼있어 실제 가맹점 매출 비중은 더욱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생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 19일 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고 내년 1월1일부터 직영몰에서 발생한 수익을 소비자가 지정한 가맹점으로 이관하기로 합의했다. 에뛰드와 아리따움도 현재 비슷한 방안을 모색하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변했어도 1세대 브랜드숍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은 가맹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가맹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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