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오픈 막힌 편의점, `변경 출점`에 사활

↑ 서울 중구 내 경쟁 브랜드인 CU와 GS25가 근접 출점돼있는 모습. [사진 = 신미진 기자]

경쟁 브랜드간에도 근접 출점이 제한되자 편의점 가맹본부는 변경 출점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서로 점포를 뺏고 빼앗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익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4만여 개)의 약 96%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본부 6개는 향후 신규 점포 출점 시 경쟁 브랜드와도 50~100m 거리를 두기로 자발적 규약을 맺었다.
자율규약에 참여한 가맹본부는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씨스페이스다. 이번 자율규약은 국내 편의점 과밀화 해소를 위해 업계 차원에서 진행됐다.
기존에는 동일 브랜드 간 250m 거리 제한만 존재해 '한 지붕 두 편의점' 경쟁을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편의점업계 자율규약이 마련된 것은 2000년 근접 출점 자율규약 폐지 이후 약 18년 만이다.
신규 오픈에 제한이 생기면서 편의점 성장세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편의점은 타 유통 채널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한다. 점포가 많으면 많을수록 매입 단가가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경쟁력도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에 편의점 가맹본부는 변경 출점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변경 출점은 기존 가맹점이 평균 5년 단위의 계약기간 만료 시 타 브랜드로 재오픈하는 것을 뜻한다. 편의점이 없던 자리에 들어서는 신규 출점보다는 주변 가맹점 피해가 적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변경 출점인 경우에도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과 유동인구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표현이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변경 출점의 경우 현재도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그리 심하지 않다"며 "기존 경쟁점이 있던 자리에 간판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을 빼앗길 가능성이 적고, 이 과정에서 본부와의 협상 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경 출점 점포를 잡기위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는 장려금 선지급과 유리한 로열티 비중 등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또 프레시푸드(FF) 폐기 등 각종 가맹점 지원금도 비교 대상이다.
예로 프레시푸드 폐기 지원의 경우 ▲CU(간편식사와 유제품 소분류 기준 월 30만원 한도) ▲GS25(도시락과 간편식 20~50% 매출 구간별 차등 지원) ▲세븐일레븐(푸드류 최대 50%·상온냉장 분기별 30만원 한도) ▲미니스톱(튀김류 월 15만원·간편식 월 10만원 한도) 등 상이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의 출혈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상생 지원으로 GS리테일 편의점부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1.2% 감소한 상황이다. 세븐일레븐도 동기간 2.4% 줄어들었으며, 지난해 11월 인적분할된 BGF리테일은 동기와 비교해 감소한 832억 원을 기록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 경쟁이 완화됐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신규 출점에 제한이 생긴 만큼 계약 만료를 앞둔 가맹점주를 잡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