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 |
카카오메이커스에 입점해있는 가정간편식(HMR) '제천빨간오뎅'에는 맛보다 추억을 찾는 제품 후기가 달려있다. 제천의 명물 '빨간오뎅'을 그대로 옮긴 제천빨간오뎅은 론칭 한 달 동안 2만개가 넘게 팔리고 다음달 5만개 주문 생산이 예약돼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천빨간오뎅의 전국 각지 배송을 가능하게 한 건 HMR 제조·유통업체 테이스티나인이다. 설립 5년 차를 맞은 테이스티나인은 기존 중소 HMR 업체와 달리 기획·제조·유통을 모두 담당한다. 특히 전국 유명 맛집을 HMR로 구현해내는 기획력은 테이스티나인만의 가장 큰 강점이다.
최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만난 홍주열 테이스티나인 대표는 성장 비결로 '발품'을 꼽았다. 창업 이후 홍 대표가 일년에 운전한 거리는 10만㎞. 백화점 식품MD들이 "블루베리가 뜬다"고 언급만 해도 전국의 베리와 관련된 공장이란 공장은 이 잡듯이 찾아 다녔다.
테이스티나인은 2016년 속초 명물 '명태회무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TV홈쇼핑에서 최초로 시도하지 않은 음식. 결과는 대박이었다. 월 1~2번 방송되면 성공사례로 꼽히는 홈쇼핑업계에서 명태회무침은 한달에 무려 12번씩 방송을 타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속초 명물 '명태회무침'을 홈쇼핑에 꼭 론칭시키고 싶었어요. 무작정 공장을 찾아갔더니 글쎄 12평에 완전히 가내수공업이더라고요. 사장님을 설득해 제가 등도 바꾸고 씰링도 하고 별 짓 다해 실사를 간신히 통과했어요. 그 공장이 지금은 500평이 됐죠."
이렇게 발품을 팔아 탄생한 제품이 가자미식해와 고추장굴비 등이다. 이 제품들은 한해 홈쇼핑에서만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뒀다. 홍 대표는 "지역 유명 음식들이 관광지에서는 잘 팔리지 않냐"며 "기획력과 유통구조만 갖춘다면 전국구로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 테이스티나인 `제천빨간오뎅`. [사진 출처 = 마켓컬리] |
반면 테이스티나인은 백화점 식품MD가 '평양냉면'을 제안하면 ▲면 굵기 ▲고명 ▲용량 등을 세분화해 대량 레시피를 만든다. 이후 최대 2000인분 생산이 가능한 '센트럴키친'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
센트럴키친에는 R&D 인력 3명과 8명의 조리연구가들이 상시 근무한다. 최근에는 HMR 업계 1위에서 근무하던 R&D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 등으로 새벽배송된다. 온라인에서만 얻는 하루 평균 매출은 2000만원에 달한다.
홍 대표는 "기획과 제조가 따로 움직이면 그날그날 공장장 입맛에 따라 바뀌는 게 HMR"이라며 "기획·제조·유통 구조를 모두 갖춘 만큼 HMR 히트 상품인 CJ '비비고', 이마트 '피코크' 아성을 뛰어 넘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삼일회계법인 컨설팅 매니저를 그만두고 개발한 김치를 하루 온종일 팔아 손에 쥐었던 돈은 단돈 1만원. 굵직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며 연봉 1억원을 벌었던 그에게 턱없이 적은 돈이었지만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홍 대표는 "하루는 여사님 한 분하고 마트 에스컬레이터 밑에 조그만 공간에서 김치를 팔고 있는데 전 직장 부장님을 마주친 적이 있다"며 "당시 부장님이 이럴거면 다시 회사에 돌아오라고 권유하셨지만 식품 사업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워낙 확고했다"고 말했다.
수 많은 실패도 경험했다. 현재 180개 제품을 갖추기까지 론칭했던 제품 수는 3000여개가 넘는다. 홍 대표는 "'핀란드산 에너지 드링크', '영국 5색 꿀' 등 튀려는 욕심이 들어간 메뉴는 꼭 실패했다"며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한 가지를 넣는 게 성공전략"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티나인은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탐나는 밥상 ▲제천 빨간 오뎅 ▲테이스티도쿄 ▲반쎄오홍 등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에 입점해있는 매장을 로드숍 형태의 가맹점으로 출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5년 13억원으로 출발, 지난해 62억원으로 성장한 매출을 올해 100억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다. 직원 수도
홍 대표는 "과거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냉동식품을 먹이면서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며 "안전하고 건강한 프리미엄 HMR 시장을 확대해 더 이상 부모들이 죄책감이 들지 않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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