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포스코에서 34년 몸담은 철강 엔지니어 전문가인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60)을 사장급으로 전격 영입한다.
국내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이 선두 업체인 포스코에서 생산기술분야 핵심 인재를 발탁해 전기로·고로 제강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이로써 현대제철 경영구도는 전략기획분야 김용환 부회장, 생산기술분야 안동일 신임 사장 등 '투톱' 체제로 새롭게 운영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신임 사장으로 포스코 출신 인사 가운데 안동일 전 소장을 임명하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는 18일 현대제철 사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충북 제천 출신인 안 신임 사장은 청주고등학교와 부산대 생산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4년 포스코에 입사해 냉연도금기계정비 과장,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장, 포스코건설 상무, 광양제철소 설비담당 부소장, 기술위원 등을 거쳤다. 이어 2015년 광양제철소장을, 2017년에는 포항제철소장(부사장)을 각각 역임했다가 작년에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34년간 포스코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생산기술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포항제철소장 재직 당시 선제적인 안전예방, 설비 고도화, 고급강 양산 기술력 확보를 주문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총괄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대적인 혁신 인사를 통해 현대제철 경영진을 일제히 교체했다. 기존에 현대제철 공동 대표이사였던 우유철 전 부회장이 계열사인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이동했고, 강학서 전 사장은 물러났다. 그 대신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을 총괄하던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 신임 사령탑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철강분야 근무경험이 없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과 손발을 맞추면서 철강생산분야를 책임질 후임 사장 후보자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그룹은 철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을 주문하는 정의선 총괄부회장 의중에 따라 컨설팅회사를 통해 외부에서 철강 전문가들을 물색해왔다. 특히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기위한 방편으로 포스코출신 인사들과 접촉했으며, 현대제철 신임 사장으로 안 전 소장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우유철-강학서 공동 대표이사 체제와 유사하게 김용환-안동일 경영구도로 바뀌게 된다. 안 신임 사장은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철강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이 2001년 현대차그룹으로 출범한 이후 사장급으로 포스코출신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최고경영진을 내부발탁하거나 범현대차그룹에서 영입했다. 다만 지난 2006년 일관제철소 건설·운영 기술확보를 위해 포스코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한 적이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하순 이사회를 열어 주주총회 안건으로 김용환 부회장과 안동일 사장에 대한 등기임원 선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3월 22일께 주주총회를 거쳐 추가 이사회를 연 뒤 김 부회장과 안 신임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할 지, 김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할 지를 최종 결정한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 제철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철강산업 위기라는 파고를 넘어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각 계열사 책임경영으로 현대제철의 기존 목표인 철강사업 글로벌화 및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 그룹차원에서의 폭넓은 관점에서 사업관리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0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25% 줄어든 1조2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2017년 7.1%에서 2018년 4.9%로 낮아졌다.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 부진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판결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2주간의 당진공장 파업으로 인해 인건비까지 늘어났다.
현대제철은 올해 2261만2000t 판매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보다 3.9% 늘어나는 규모인데,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판매 증가를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철강수요 감소 우려가 여전하다. 중국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에 따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이 현대·기아차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기에 철강원료 가격변동에 따라 판매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힘들다. 그룹 주축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부침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수소차 보급확대와 맞물려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6년부터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연산 3000만t 규모 수소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을 연간 1000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이어 금속분리판 증설투자를 통해 2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작년 4분기부터 포스코 마케팅이나 기술분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물밑에서 노력했다"며 "포스코 경영진 역시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승적 취지에서 안 사장의 현대제철행을 이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계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