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하고 개미가 벌판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생명체 가운데 일부는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자기감각'으로 방향을 찾는다. 이런 가운데 인간도 나침반 없이 자기장으로 방향을 알 수 있는 자기감각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기감각이 사람의 제6 감각으로 인정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석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와 김수찬 한경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인간에게도 자기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처음 규명했으며 이런 자기감각능력은 남성에게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회전의자에 앉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상태에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인 자북(磁北) 방향이 어딘지 가리키게 한 결과, 특정 조건 하에서 남성이 자북 방향을 잘 찾아낸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4일자에 게재됐다.
현재까지 자기장을 느낀다고 밝혀진 동물은 전 지구적으로 50여 종에 불과하다. 특히 자기감각은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감각으로 여겨져 왔다. 1980년대에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인간에게 자기감각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당시 같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아 결국 실패로 끝났다.
↑ 인간의 자기감각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실험의 모식도(왼쪽). 오감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태의 피험자에게 나침반상의 북쪽(자북)을 가리키도록 한 결과, 18시간 금식을 한 남성들은 자북 방향을 잘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리킨 방향의 대푯값을 통계적으로 계산한 결과, 자북(0도) 방향에서 10도밖에... |
실험 결과 금식을 한 피험자들 가운데 초기에 자북 방향에서 초콜릿을 먹은 남성들의 경우에만 무작위로 바뀌는 자북 방향을 잘 가리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피험자 20명이 가리킨 방향의 대푯값을 통계기법을 통해 계산한 결과, 자북(0도)을 기준으로 10도밖에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여성 피험자 20명이 가리킨 방향의 대푯값은 154도를 벗어나고 편차도 너무 커 통계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자기감각능력의 남녀 간 차이에 대해 채 교수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거 수렵 생활을 했던 남성에게서 먹는 것, 즉 생존과 관련된 감각이 여성보다 더 발달했을 수 있다"며 "다만 이는 추정일 뿐 후속 연구를 통해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거쳐 자기장을 느끼는지 밝혀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기감각능력은 앞을 볼 수 없더라도 파장이 500~800㎚ 수준인 파란색 계열의 빛을 포함한 가시광선에 눈이 어느 정도 노출될 경우에만 발휘됐다. 동물의 망막 등에 발현돼 파란색 계열의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인 '크립토크롬'이 자기장을 느끼게 하는 자기감각 수용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눈에 파란색 계열의 빛이 아예 차단된 경우나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 경우, 초기에 자북 방향에서 초콜릿을 주지 않은 경우에는 남녀 모두 자북 방향을 잘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찍어서 맞추는 경우만 있을 뿐 유의미한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이 자기감각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실험 후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자북 방향으로 가리킨 특정 방향에서 특별한 느낌을 느꼈다'고 답한 것과 자북 방향을 실제로 맞췄는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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