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취임한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3년 임기 내 연구원 운영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원장은 "대전 주민들이 생각하는 안전의 가치와 우리 연구원이 생각하는 안전의 가치가 서로 다른 미스매치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전에서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내년에 있을 파이로프로세싱·소듐고속로(SFR)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에 대비해 기술적인 부분과 시민사회가 걱정하는 부분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장반감기 핵종을 분리해 독성을 낮추고, 이를 차세대 원전인 SFR의 연료로 재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고 방사능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정부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파이로프로세싱·SFR 연구개발사업에 6794억 원을 투입했다.
박 원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이 원전 운영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고 국정감사에서도 기술의 실현 가능성, 투자 대비 효용성 등에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 재검토를 거쳐 2020년까지의 연구는 지속하되 이후의 파이로프로세싱 실증로 건설에 대해서는 내년에 다시 재검토하기로 한 상황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박 원장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가능하면 안전한 에너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를 국가 주력 에너지로 가져가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수소경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고온가스로'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온가스로는 950도의 고열을 내는 원자력 시스템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박 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부시 대통령이 수소경제를 강조하면서 우리도 기초연구를 시작했지만 이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가 큰 힘을 받지 못하면서 관련 연구도 위축됐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다시 수소경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향후 1~2년 내 700~800도 수준의 수소 생산 고온가스로를 완공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도 시작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작년에 우리 연구원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으로 폐기한 일도 있었고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원자력 분야 외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융합 연구도 활발히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원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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