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쓰이는 세포가 당초 계획과 달랐다는 점을 코오롱측이 2년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코오롱측은 실수일 가능성을 거듭 주장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8일 "당시 연구진이 보고했던 포인트는 위탁업체가 우리가 원하는 세포주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였기 때문에 보고서 내용은 이 점이 집중 부각됐다"며 "예정했던 연골유래세포가 신장유래세포로 바뀌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단계에서 회사 윗선에서 세포 이상을 발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본 데이터가 방대해 보고내용에 세포 변경이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다면 경영진에서 (스스로 찾아내)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당시 국내 판매허가를 앞두고 생산가능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진터라 어디 유래세포인지를 간과했던 것"이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시 코오롱측 경영진이 어떤 내용의 보고를 받았고, 세포 변경을 간과했던 경위 등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우석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대표를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겸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달라진 세포에 관한 얘기를 전달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오롱측은 이 대표가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정확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국내 시판을 앞두고 대량의 세포 생산이 중요한 마당에 대표를 포함한 상부에 보고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회사 대표가 어떤 보고를 받아 어떤 식의 대응을 했는지가 나오지 않으면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보사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3월 미국 위탁생산 업체인 론자(Lonza)로부터 인보사 STR 검사 결과를 받아 보고했던 전·현직 연구진을 대상으로 경위 파악에 나서고 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에서 "위탁생산 업체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1액과 2액에 대해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위탁 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HC)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되는데 공시에 따르면 2액이 허가제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신장세포)인 점을 회사측이 2년전에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일 공시에서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와 기지급한 계약금 150억원에 대한 질권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계약파기 가능성 등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공시를 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 임상 3상 진행을 2020년 2월 28일 이내에 승인할지 결정하지 않거나 한국 식약처가 같은 기간내 인보사 판매 중지를 풀지 않으면 코오롱생명과학은 계약금 150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조항은 '기존에 양사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상 지급한 계약금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신의칙에 위배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다. 지금의 인보사 사태로 인해 지난해 11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와 다른 사정이 발생한 만큼 먼디파마측은 마음만 먹으면 지난해 3월 지급한 계약금 150억원을 돌려받고 계약파기를 선언할 수 있다. 지난해 계약서에는 전체 계약금 300억원에 대해서는 반환의무가 없음을 명시했지만 이번에는 기지급한 150억원에 대한 반환조건들이 적시되면서 기존 계약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한편 법무법인 오킴스는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인보사 투여 환자를 모집한 결과, 지난 7일 기준 소송참여 의사를 밝힌 환자는 110여명으로 집계됐다. 오킴스는 지난달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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