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진이 A형 혈액형을 O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티븐 위더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 A형 혈액형의 항원 단백질을 O형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든 사람에게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형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지는 만큼 위급시 혈액이 부족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10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사람의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의 종류에 따라 A형, B형, AB형, O형으로 나뉜다. A형 혈액형은 A형 항원과 B형 항체를 갖고 있으며 B형 혈액은 B형 항원과 A형 항체를 갖고 있다. 서로 다른 혈액형의 혈액이 만나면 항원 항체 결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적혈구는 파괴되고 혈액은 굳어버린다. 혈액형과 관계 없이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은 A·B형, AB형 항원을 갖고 있지 않은 O형 혈액형만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언제나 수혈 가능한 O형 혈액 확보를 위해 A형 혈액에서 A형 항원을 제거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 노력에 대해 "적혈구에서 항원을 제거하는 효소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효율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위더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 4년 동안 A형 혈액형의 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연구하다가 장내 미생물을 주목했다. 일부 장내 세균이 소화기관 벽에 붙어있는 '뮤신(인체에서 분비되는 점액에 끈기를 부여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데, 뮤신이 적혈구 항원과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진은 인간의 대변 샘플을 수집한 뒤 뮤신을 소화해내는 세균 효소가 갖고 있는 DNA를 분리해냈다. 이후 DNA가 만든 단백질을 분석해 뮤신을 제거하는 두개의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사람의 A형 혈액형에 닿으면 뮤신을 분해하듯, A형 항원을 제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실용성 측면에서 기존 연구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단백질이 적혈구의 A형 항원을 완벽히 제거하는지,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A형 혈액형은 수혈 가능 혈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사용화된다면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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