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설문조사 결과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은 3일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의 구조전환'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회원의 80.8%가 '향후 한국 경제는 장기·구조적 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261명의 회원이 참여한 1차 설문조사는 한국 경제 현황 진단과 원인에 대해 진행됐으며, 이중 참여의사를 밝힌 8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설문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심층조사로 이어졌다.
1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8%가 향후 한국 경제가 '장기·구조적 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L자형 장기 침체 지속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중기 침체 후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는 16.1%에 그쳤다. 이 같은 장기·구조적 저성장세 지속 전망의 요인으로 대내적으로는 '노동시장 경직·투자 및 고용 부진(51%)'이 가장 높았으며, 대외적으로는'중국의 부상 등 글로벌 기술격차 감소와 기업경쟁력 약화(74.3%)'가 압도적이었다.
향후 한국의 장기·구조적 저성장세 탈피를 위해 가장 시급히 중점 추진돼야 할 정책과제로는'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육성(49.8%)'과 '고용 및 노동시장 개혁(36.8%)'이 꼽혔다. 양극화 및 사회 갈등 해소라는 응답은 5.0%에 그쳐 응답자 대부분은 산업구조 고도화 및 세대교체를 노동개혁과 병행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또는 위기가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인 98.1%(매우 공감 59.0%, 대체로 공감 39.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주력산업의 구조개편 미흡과 신성장산업 진출 미흡'(56.7%)과 '정부의 산업구조 전환 여건조성 및 정책대응 미흡' (55.6%), '기존 법제도 및 규제의 신산업 진출 방해'(36.4%), '핵심 원천기술 확보 부족'(26.4%) 등과 같은 대내 요인들이, '중국의 급부상 및 주력과 신산업 추월'(19.5%),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주의 확대'(3.1%) 등의 대외요인이 꼽혔다. 공학한림원은 "이는 향후 한국 제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여건의 호전을 기다릴 게 아니라,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 및 신성장산업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 여건 조성과 규제개혁, 기술개발 등 대내 정책적인 대응력을 제고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통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5%가 5년 이내라고 답했다. 첨단기술기반 신산업이 미래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는 63.2%가 5년 초과 10년 이내라고 밝혔다. 즉 우리가 향후 5년 안에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을 3개의 전략산업군(지속성장 산업군, 구조개편 산업군, 신성장 산업군)과 이들 산업군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공통의 '융복합 기반기술' 그룹으로 나눠 각각에 맞는 차별적인 구조전환 방향과 과제 등을 도출한 연구결과를 9일 열리는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공학한림원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주제로 장석권 한양대 교수와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패널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패널토론에는 전략산업군별 대표주자로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이동면 KT 사장, 노기수 LG화학 사장, 양웅철 前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병건 前 녹십자 대표이사,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산업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학계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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