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일순(사진) 사장은 25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역발상' 혁신안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연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해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배송이 공존하는 '쇼킹'(Shopping+picking) 매장을 구현하는가 하면,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 강점을 합친 '홈플러스 스페셜'의 온라인 판도 시작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도 '전국 당일배송' 시대를 연다.
◆ 전사적으로 매달린 사업구조 변신 한 가운데에는 '홈플러스 스페셜'
이날 임사장은 작년 6월부터 문을 연 '홈플러스 스페셜'의 성과와 의미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항구적으로 지속가능한 유통사업자가 되기 위해 지난 2년간 전사적 사업구조 변신을 단행했고,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스페셜의 성공에 있었다"며 "점포 운영혁신을 통해 자원을 효율화하고 그 어떤 고객과 시장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 핵심 상품을 한 번에 살 수 있게 만들어 1인가구는 물론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까지 모두 편리하게 이용하게끔 만든 신개념 유통 모델이다. 고성장 중인 창고형 할인점의 구색과 가격을 갖추면서도, 한곳에서 필요한 걸 다 살 수 없거나 용량이 너무 과한 창고형 할인점의 치명적 단점을 보완했다.
↑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모습 |
일단 홈플러스 스페셜은 매장 개설 비용부터 차이가 컸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이 드는 창고형 할인점 시공 비용과 기간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다.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매장을 확대, 6개월 만에 16개 점포를 스페셜로 전환시켰다. 상품 구색은 고객이 각 업태에서 가장 즐겨 찾는 아이템들로 정제했다. 초특가(High & Low) 중심 프로모션은 연중상시저가 위주로 바꿨다.
홈플러스는 절감된 운용 비용만큼 상품 자체 마진율을 낮추고 가성비를 높였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협력사 이익을 높였고, 협력사는 다시 좋은 상품을 홈플러스에 제안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운영 모델의 엄중한 측정을 위해 매출 부진 점포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셜 전환 16개 점포는 비전환 점포와 12% 이상의 매출신장률 차이를 기록했다. 특히 목동점, 안산고잔점, 분당오리점 등 기존 창고형 할인점 경쟁사(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인접한 '경합 점포' 매출신장률은 20%에 가까운 격차를 보이며 위세를 과시했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홈플러스는 올 하반기 스페셜 점포를 30여개, 2021년까지는 70~80여 개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 홈플러스는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모든 점포를 각 지역별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탈바꿈시켜 단기간 내 온라인 사업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 그 과정 중 홈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과도한 출혈 없이 드라마틱한 성장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점포를 활용하면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거액의 비용과 기간,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전국 도심 곳곳에 입지해 있어 근거리 배송에선 따라올 경쟁 상대가 없다고 임 사장은 강조했다. 신선 품질, 배송 속도, 운영 효율 측면에서 가장 '똑똑한 온라인' 모델이 되는 셈이다.
임 사장은 "홈플러스가 이처럼 빠르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키울 수 있는 비결은 점포를 만들 때부터 체계적인 온라인 피킹 시스템과 물류를 염두에 두고 점포 후방(창고)과 물류차량 입출차 공간을 넉넉하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107개 점포 온라인 물류 기능을 크게 강화하고, 이를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사원)는 기존 1400명에서 4000명, 콜드체인 배송차량은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늘려 하루 배송건수를 기존 3.3만건에서 12만건으로 키운다. 전국 어디서든 고객의 자택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주부경력 9단' 피커들이 가장 신선한 상품을 선별, 콜드체인 차량으로 가장 빠르게 '당일배송'하게 되는 것이다.
대대적인 사업구조 변화에 따라 직원들 업무도 온라인 등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한다. 최근 업계 분위기와 달리 홈플러스가 오히려 99% 정규직화 등 유독 '직원 끌어안기'에 힘썼던 이유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상품, 물류를 오래 경험한 직원들의 노하우와 감성을 신규 사업에 융합해 디지털식 접근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 중심의 사업 모델을 키우겠단 것이다.
↑ 홈플러스는 25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연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이날 홈플러스는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강점을 융합한 '스페셜' 매장의 온라인 확장판 '더 클럽(the CLUB)'도 공개했다. 홈플러스는 25일부터 16개 스페셜 매장에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에는 70~80여 개 스페셜 전 점포를 통해 '전국 당일배송'에 나선다.
더 클럽 확대는 특히 거주지 인근에 창고형 할인점이 없어 갈 수 없었던 고객들이 크게 반길만 한 소식이다. 창고형 할인점을 기준으로 따지자면 홈플러스 스페셜은 업계 최다 규모로, 전국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물샐틈없이 창고형 할인점 상품을 당일 만날 수 있다.
다만 임 사장은 최근 유통업체 간 일고 있는 새벽배송 경쟁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사장은 "당일 배송이더라도 당장 새벽배송 시장까지 뛰어들 생각은 없다"며 "소비자들이 새벽배송에서 기대하는 것은 신선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을 때 홈플러스는 우수한 신선식품을 고르고 그 품질을 계속 우수하게 유지하는 데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점에 집중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사장은 "경쟁사를 언급하는 것은 불편하나 고객 창출을 무분별한 가격경쟁으로 하고 있다면, 과연 그 유통사가 지속적으로 고객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고 싶다"며 "자기돈을 들여 과다 출혈하는 가격 경쟁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그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홈플러스는 '제 살 깎아먹기식'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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