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분야 학계에서 '의식'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최근 식물 또한 동물처럼 감정이나 의식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하나둘 발표되고 있는데, 주류 식물학자들이 이같은 연구에 대해 "의식을 갖고 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영국 글래스고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등에 소속된 8명의 식물학자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식물 과학 경향'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식물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의식이나 감정, 의도와 같이 에너지가 요구되는 정신적인 능력을 갖도록 진화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여러 식물학자들의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신경계를 갖고 있으며 두뇌와 같은 명령체계를 보유한 만큼 의식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다. 사설을 쓴 링컨 타이즈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식물도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식물 신경학자들은 식물이 뇌와 같은 복잡하고 전문화된 명령체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사이 식물 또한 동물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산쑥'은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이를 인지한 주변 식물들 또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방법으로 벌레에 대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떤 식물들은 면역 시스템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곰팡이 전염이 발생할 시기에 독성 물질을 내뿜어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김유미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연구위원은 "완두콩과 같은 덩굴식물은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오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움직인다"며 "또한 식물의 잎은 햇빛과 같은 외부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이를 '인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도 "식물도 두뇌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 '뿌리 뇌 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타이즈 교수는 "식물 신경학은 지구에 사는 생물을 위협하는 '환경위기'에서 기인했다"며 "식물 신경학자들은 식물도 사람과 같이 의식을 갖고 있는 유기체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들은 식물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식물 신경과학은 '나쁜과학(Bad sciebce)'이며 과학의 신뢰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사설에서 "동물이 의식을 가지려면 최소한의 뇌구조가 필요하다"며 "뇌와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식물이 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모니카 가글리아노 시드니대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식물이 의식이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 또한 '의식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식물 의식에 대한 연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유미 연구위원은 "식물계에서 이같은 논쟁은 꾸준히 있어 왔다"며 "의식이라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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