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조용하고 평범한 사무실, 직원들 PC 모니터에는 헐벗은 몸이나 성행위 장면이 담긴 영상이 쉼 없이 재생되고 있다. 남녀 동료들이 이에 관해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1일 찾아간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디성단)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디성단은 본인 의사에 반해 촬영되거나 유포된 영상, 이른바 '몰카'로 불리는 불법 촬영물을 인터넷에서 찾아 차단하는 일을 한다. 이날 하루 디성단이 접수하거나 발견한 불법 촬영물만 111건에 달했다.
불법 영상물 차단의 핵심은 속도다. 인터넷 특성상 한 번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1건이 유출되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건이 될 수 있다"며 "최초 유출을 빨리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디성단은 지난달 21일부터 24시간 근무 체제로 개편했다. 늦은 밤이나 새벽이라도 피해자 신고를 접수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물을 찾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긴급대응팀·확산방지팀에서 각각 8명이 2명씩 짝지어 4개조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불법 촬영물 발견에서 차단까지 평균 3.2일이 걸렸지만, 이젠 이틀이 채 안 걸린다. 앞으로 대응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다.
고 팀장은 "촬영물 유포 이후 이름을 바꾸고 이사를 하거나 성형 수술을 하는 피해자가 많다"며 "매일 전화를 걸어와 '아직도 다 안 지워졌냐'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만약 불법 촬영물로 피해를 봤다면 즉각 전화나 인터넷으로 방심위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디성단은 한 번 등록된 피해 사례는 계속 감시 및 대응을 해준다.
물론 최선은 불법 촬영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용배 피
디성단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도 중요한 문제다. 어떻게 보면 혐오스러운 불법 촬영물을 온종일 보는 일이다 보니 심리상담팀을 따로 운영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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