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삼성SDI, BMW그룹, 바스프 등이 콩고민주공화국 루알라바주에서 시범 실시하는 '지속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프로젝트의 사업단.[사진출처 = 삼성전자 웹사이트] |
코발트 광석은 고대부터 우수한 청색재료로 인정받아 유리나 도자기 등 사치품을 만들 때 사용됐다.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 묘에서 발견된 진청색의 유리 제품,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코발트가 들어간 안료를 즐겨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예술품인 청화백자도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수입된 코발트 때문에 아름다운 푸른 빛을 발산할 수 있었다.
코발트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기기용 배터리에 사용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 중 가장 핵심인데다 원가 비중도 가장 높고 수급도 가장 까다롭다. 여기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원재료로 각광받으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2016년에는 톤(t)당 2만3만 달러 수준이다가 지난해에는 9만5500달러까지 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를 정도다.
아름답고 비싼 코발트 광석 상당수는 그러나 아름답지 못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은 중부 아프리카 적도에 걸쳐있는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세계 연간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콩고는 오랜 독재와 내전에 시달렸다. 영양실조와 열악한 보건 시설로 영아사망률이 높다. 교육환경도 열악해 중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동도 소수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아동들도 많다.
아이들은 돈 되는 코발트 광산에 투입된다. 코발트 광석 상당수는 사람의 손과 삽으로 채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콩고산 코발트 수출량의 20%가 아동 노동이 만연한 수작업 광산에서 채굴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루 12시간을 광산에서 일하며 1~2달러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잡지 '라이프'의 보도로 알려진 '아동 착취' 사건과 닮은 꼴이다. 라이프는 1996년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꿰매는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을 실었다. 소년은 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5각형 가죽 조각 12개와 6각형 가죽 조각 20개를 1620번이나 바느질해야 했다. 그러나 소년의 일당은 60센트에 불과했다. 아동 착취 실태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나이키 이미지도 덩달아 하락하고 주가도 떨어졌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약탈과 납치와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되고 독재자와 군벌의 학살용 무기 구입에 사용돼 붙은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악명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될 처지다.
덩달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등장한 친환경 전기차가 오히려 비참한 아동 착취와 인권 유린 및 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코발트에 숨어 있는 비참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몇몇 기업들은 이에 콩고산 코발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BMW그룹도 5세대 전기차가 출시될 2020년과 2021년부터는 콩고산을 쓰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입하지 않는다고 콩고 코발트 광산의 비참한 현실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BMW그룹은 이에 삼성전자, 삼성SDI, 바스프, 콩고 정부 등과 공동으로 '착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산업협력 프로젝트를 최근 출범시켰다.
↑ [사진출처=BMW] |
독일 연방기구인 국제협력공사(GIZ)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탁받아 앞으로 3년간 코발트 광산과 주변 공동체의 생활 및 작업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BMW그룹은 지난달 30일 복합문화공간 써밋갤러리(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BMW그룹 다이얼로그 2019'에서 '착한 코발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우살라 마타 BMW 본사 지속가능성 및 환경보호 부문 부사장은 "BMW그룹은 콩고 코발트 광산의 사회·환경 문제와 관련해 콩고 대신 호주와 모
마타 부사장은 아울러 "수입국가 다변화와 함께 가족 단위로 채굴이 이뤄지는 소규모 콩고 코발트 광산업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