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주말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항공자유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가 해당 국가 취항 시 운항 도시와 횟수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항공사의 노선다변화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아세안 10개국(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중 한국의 항공자유화 대상국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9개 국가로 늘었다.
싱가포르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주 18회)과 아시아나항공(주 10회), 제주항공(주 4회)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싱가포르 노선을, 제주항공은 김해에서 출발하는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며 인천-싱가포르 노선 기준 탑승률이 90%에 육박해 인기 노선으로 꼽힌다. 김해-싱가포르 노선 탑승률은 80%대다. 외항사로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싱가포르항공이, 김해-싱가포르 노선에 싱가포르 실크에어가 있다.
싱가포르 노선은 인기 노선이지만 인천 기준 최소 6시간20분을 비행하기 때문에 단거리 기재로는 노선을 운용할 수 없다. 이미 대형 항공사는 운수권을 확보하고 있어 저비용 항공사(LCC) 진출이 유력하지만 인기 노선임에도 쉽게 노선 진출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LCC 중 유일하게 싱가포르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B737에 비즈니스 좌석인 '뉴클래스'를 도입해 좌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 LCC가 보유하고 있던 중거리 여객기인 B737맥스의 경우 여객기 사망사고로 전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고, 진에어는 B777을 갖고 있지만 국토부 제재로 현재 신규 노선 취항이 불가능하다. 에어부산만 내년 도입하는 A321네오LR로 싱가포르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브루나이 노선은 현재 국적 항공사로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로열브루나이항공과의 공동운항(코드쉐어)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주 5회에서 무제한 운항이 가능하게 됐지만 수요가 크지 않은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기존에 브루나이 운수권을 갖고 있음에도 노선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이 부정기편을 통해 수요 등을 우선 살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이 내년 초 부산-브루나이 전세기 운항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선이 확대됐지만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가 제한적인데다 이미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아 오히려 외항사의 한국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5자유 운수권이 확대돼 이 같은 전망이 유력해졌다. 5자유 운수권은 타국을 경유하는 형태의 운항 방식이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나 브루나이를 거쳐 제3국을 가거나, 한국에서 제3국을 거쳐 싱가포르 또는 브루나이를 갈 수 있다. 이번에 한국-싱가포르-제3국의 5자유 운수권은 기존 주 10회에서 주 14회로 늘었고, 한국-제3국-싱가포르의 5자유 운수권은 주 14회로 신설됐다. 브루나이의 경우 5자유 운수권이 주 4회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문제는 싱가포르의 경우 국내보다 환승 수요가 많아 한국을 경유해 미주나 유럽 등으로 향하는 노선이 확대될 수 있어 국내 항공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루나이 역시 한국을 경유할 경우 미주와 유럽으로 향하기 좋다. 앞서 싱가포르항공이 지난해 말까지 LA-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운영하면서 국내 대형사에 비해 가격이 낮아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규 LCC가 추가되는 등 국내 항공사들이 대내외적 요인으로 주춤하는 사이 외항사가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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