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 90클러스터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
볼보는 도로에서 잘 달리는 차보다는 투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안전한 차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가 된 이유다.
디자인도 '멋짐'보다는 '실용'에 초점을 맞췄다. 척박한 환경에서 실용성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디자인에 적용한 셈이다. 여기에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북유럽 복지 정책도 자동차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그러나 안전에 신경 쓴 나머지 투박해진 디자인으로 감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나이 먹은 사람이나 타는 차'라는 오명도 덧쓰게 됐다. 1990년대까지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이끈 삼두마차였지만 경쟁 차종들이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까다로워진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을 때 볼보는 '안전'이라는 굴레에 묶여 차별된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했다.
와신상담하던 볼보는 편리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던 과거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 손을 댔다. 세련미와 모던한 감성을 담은 진화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진화시켰다. 그 결과, 2010년대 이후 볼보가 내놓은 차들은 안전성은 물론 디자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볼보가 지난 2015년 선보인 2세대 XC90이 대표적이다. 201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5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 2016 북미 올해의 트럭, 2016 영국 올해의 SUV 등 70여개에 달하는 어워드를 수상했다.
볼보는 독일·일본·미국 브랜드 중심의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향상시켰다.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볼보는 1980~1990년대 독일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와 함께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이끈 삼두마차다.
무엇보다 안전하면 볼보였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안전의 대명사'가 된 볼보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한 독일차, 독일차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내구성을 내세운 일본차의 공세에 1990년대 후반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프리미엄 브랜드 2선으로 물러났다.
볼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대들어 국내에서도 영향력을 키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014년 이후 6년 연속 20%가 넘는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8524대를 판매하며 목표대수인 8000대를 돌파하며 전년보다 29.1% 성장했다. 수입차 시장 성장률 11.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수입차 시장이 위축된 올해도 볼보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3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11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21만47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다. 감소 이유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인증 지연, 인기 차종 물량 부족,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 때문이다.
반면 볼보코리아는 올해 브랜드 최초로 '연간 1만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1~11월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보다 23.9% 증가한 9805대다. 한달 평균 890대가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1만대 돌파는 '떼놓은 당상'이다.
볼보코리아 성장에 가장 기여한 모델은 S60, 크로스컨트리(V60), XC60으로 구성된 60클러스터다. 60클러스터는 올들어 11월까지 총 4546대가 판매됐다. 판매비중은 46%에 달한다. 그러나 60클러스터만으로는 1만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없다. 60클러스터가 판매 성장세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면서 밀어주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
↑ 볼보 90클러스터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
볼보 1만대 돌파의 추진체 역할을 담당하는 90클러스터의 대표 주자는 플래그십 세단 S90이다. S90은 지난 2016년 18년 만에 부활했다.
사실 볼보 플래그십 세단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개척자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다음해인 1988년 진출했다. 1991~1992년에 S90의 원조인 볼보 900시리즈 중 4기통 엔진을 얹은 볼보 940의 인기에 힘입어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각진 디자인으로 남성미를 뽐내고 6기통 엔진으로 힘깨나 쓰던 볼보 960는 국내외에서 국가 정상, 요인, 기업인 등 VIP만 타는 명품 세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으로 보면 벤츠 S클래스급 대접을 받은 셈이다.
볼보 960은 1997년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볼보의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S90로 이름을 바꿨다. S90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해 등장한 후속모델인 S80에 자리를 넘겨주고 단종됐기 때문이다.
↑ 볼보 S90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
볼보는 이에 최신 기술을 반영한 파워트레인과 반자율주행 시스템, 편의사양을 탑재한 2019년형 S90을 선보였다.
엔진 성능과 안전·편의 사양은 향상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낮았다. 볼보코리아는 지난해 S90을 출시하면서 모멘텀을 5930만원, 인스크립션을 6590만원에 내놨다. 2018년형 모델보다 600만원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업계 최고 수준인 5년 10만km 무상 보증도 제공했다.
S90은 올들어 높아진 품질과 낮아진 가격을 무기로 독일 프리미엄 세단 틈새를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 1~11월 판매대수는 1366대다. 90클러스터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렸다.
↑ 볼보 XC90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
볼보 XC90은 상복이 많다. 높은 차체형상에 따른 운전 속성 차이와 전복 위험 등 당시 SUV가 갖고 있던 단점을 해결해 '2003 올해의 SUV'를 비롯한 100여개의 국제적인 어워드를 석권했다. 2015년 등장한 2세대 모델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 등 70여개에 달하는 상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에서는 효리 부부가 '효리네 민박집'에서 타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10월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신형 XC90을 국내 출시했다. 신형 XC90은 기존 모델보다 좀 더 당당해졌다. 첫 인상을 결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프레임 사이즈를 키우고, 측면 윈도우 및 하부 도어 몰딩과 조화를 이루는 수직 크롬 바로 구성된 디자인을 채택한 효과다.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마크는 3D 형태로 전면 카메라와 통합됐다. 크롬 마감한 범퍼, 통합형 루프레일, 다이아몬드 컷 휠로 세련미와 역동성도 강조했다.
실내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에는 나뭇결이 살아있는 천연 리니어 월넛 소재를 적용했다. 수평 레이아웃을 통해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추구했다. 9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1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영국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크리스털 기어 레버 노브(T8 모델_)도 럭셔리 이미지에 한몫한다.
탑승자의 건강을 챙겨주는 웰빙 기능도 갖췄다. 실내공기청정 시스템(IAQS, Interior Air Quality System)이 포함된 클린존 인테리어와 4 구역 독립 온도 조절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4-Zone Temperature Control)이 기본 적용된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트렁크 용량은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1007ℓ, 2열 시트까지 폴딩했을 때 1856ℓ다.
패밀리 SUV로 사용하는 만큼 안전에도 더 공을 들였다.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자전거 주행자는 물론 큰 동물과 사고를 막아주는 시티 세이프티, 도로 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등을 적용했다.
2열 중앙에는 아이 성장 속도에 따라 시트 높이를 조절해 안전벨트를 올바르게 착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부스터 시트가 장착됐다. '부모는 안심, 아이는 안전'을 추구한 셈이다. 판매 가격은 8030만~1억1020만원이다.
↑ 볼보 크로스컨트리(V90) [사진 제공 = 볼보코리아] |
크로스컨트리(V90)은 럭셔리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러(Swedish Lifestyler)' 콘셉트의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볼보 V90을 기반으로 전고와 지상고를 높여 세단의 주행감은 물론 4륜구동 SUV의 퍼포먼스와 활용성을 모두 갖췄다. 온·오프로드를
올 1~11월 판매대수는 606대다. 판매대수는 적은 편이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세단과 SUV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판매가격은 6770만~7690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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