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현 서남 대표가 지난 13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2C&I] |
다음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초전도선재 제조업체 서남 문승현 대표는 상장 계기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2세대 고온 초전도선재는 서남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신소재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을 뿐더러 경쟁사로 거론할 수 있는 기업도 국내에는 없다.
문 대표는 지난 1994년 서울대학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LG전자기술원에 근무했다. 그후 2004년 11월 서남을 창업하고 초전도선재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대중에게 초전도선재란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전기가 통하는 물체를 도체라고 하고, 도체보다 전기가 훨씬 잘 통해 전기 저항 없이 전기를 흘릴 수 있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한다. 이 초전도체를 선의 형태로 바꾼 것을 초전도선이라고 하며, 이를 테이프 형태로 가공하면 초전도선재라 이름 붙인다.
초전도체는 지난 1911년 처음 발견됐다. 반도체보다도 먼저 발견됐지만 대중에게 그 이름이 알려진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서남은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 주도의 장기 연구개발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 차세대 초전도체를 개발하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초전도선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 전세계 20여곳 정도 됐으나 한국은 어디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문 대표는 "기술 개발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물질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 심사역들 조차 실물이 만들어진 상태에서도 '사실일 리 없다'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남은 초전도선재 중에서도 기술력이 높은 2세대 고온 초전도선재를 제조한다. 1세대인 저온초전도 선재의 경우 섭씨 영하 260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 냉매로 사용되는 헬륨은 매우 비싸고 증발이 빠른 단점이 있다. 또 피복재로 은(Ag)를 사용해야하고 자장의 세기가 세지면 임계전류밀도가 감소해 초전도 송전 케이블이나 MRI 장비 등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온초전도 선재의 경우 섭씨 영하 196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냉매는 헬륨에 비해 가격이 200분의 1 수준인 액체질소를 사용할 수 있어 상업적인 이용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모터, 발전기, 해상풍력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될 수 있다.
↑ 서남이 독자 개발한 2세대 고온초전도 선재 모습. [사진 제공 = 서남] |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한국전력이 세계 최초로 초전도 송전을 상용화하면서 서남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다. 지난해 7월 흥덕-신갈 구간 초전도 케이블에 서남의 초전도선재 약 100킬로미터가 공급됐다.
한전이 올해를 시작으로 역곡-온수, 문산-선유 간 초전도 케이블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남의 수혜가 예상된다.
서남이 제조하는 초전도선재는 방사능 유출과 핵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논란이 되는 원자력발전의 대항마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의 회사에서 민간 주도로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위 '인공태양'을 건설하는 일이다. 만일 인공태양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고온 초전도체와 같은 신소재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문 대표는 "기본적인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방식을 이용하는데, 사고가 날 경우 폭발할 수 있고 방사능 폐기물도 많이 나온다"며 "초전도선재를 활용한 '핵융합' 발전은 사고가 발생하면 저절로 발전기가 꺼지며, 방사능 폐기물도 1만분의 1 이하의 아주 적은 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남은 지난해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가 나며 실적은 마이너스 상태지만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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