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일블레이저 [사진 제공 = 한국지엠]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준중형, 중형, 준대형, 대형 등 기존 세그먼트 분류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소형(B세그먼트)과 준중형(C세그먼트) 사이에 해당하는 크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배기량도 소형에 부족할 정도로 적지만 힘은 소형 이상이다.
이처럼 기존 세그먼트로 분류할 수 없는 차를 '세그먼트 버스터(Segment Buster)'라고 일컫는다. '장르를 파괴한 차'이라는 뜻이다. 또 '장르를 창조한 차'이자 '선을 넘는 녀석들'이다. 지금은 세그먼트에 당당히 포함되는 준중형과 준대형도 선(일정한 기준이나 범위)을 넘는 세그먼트 버스터에서 출발했다.
세그먼트 버스터는 차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선택한 전략 차종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혼류 생산 체계도 세그먼트 버스터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종 하나로 다양한 목적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으로 치면 "짬뽕 먹을까, 짜장면 먹을까"라는 고민을 해결해 준 '짬짜면'이다.
세그먼트 버스터인 트레일블레이저도 크기, 성능, 사양, 가격만으로는 기존 세그먼트에 넣을 수 없다. 기존 세그먼트 파괴자이자 새로운 세그먼트 창조자다. '개척자, 선구자'라는 뜻을 지닌 차명도 세그먼트 버스터에 어울린다.
시승차는 트레일블레이저 RS 모델이다. 'Rally Sports(랠리 스포츠)'의 앞 글자를 딴 RS 모델은 레이싱카와 같은 날렵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스포티한 매력을 강조했다. 국내 출시된 쉐보레 SUV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젊게 디자인됐다.
전장x전폭x전고는 4425x1810x1660mm다. 세그먼트 버스터답게 소형 SUV인 쌍용차 티볼리(4225x1810x1615mm)는 물론 기아차 셀토스(4375x1800x1615mm)보다 크다. 준중형 SUV인 기아차 스포티지(4485x1855x1635mm)와 현대차 투싼(4480x1850x1650mm)보다 작다.
휠베이스는 2640mm로 티볼리보다는 40mm, 셀토스보다는 10mm 각각 길다. 스포티지·투싼보다는 30mm 짧다.
↑ 트레일블레이저 [사진 제공 = 한국지엠] |
측면부는 근육질의 차체 라인을 통해 세련미와 강렬함을 추구했다. 캐릭터라인은 도어 중간을 중심으로 위아래 두 줄로 선 굵게 처리됐다.
차체와 다른 컬러를 적용한 지붕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플로팅 루프도 적용했다. 바디 사이드 몰딩과 카본 패턴을 넣은 스키드 플레이트, RS 전용 18인치 알로이휠로 다이내믹한 이미지도 강화했다.
후면부는 가로 선을 통해 간결하면서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차체 중앙 부분을 파고드는 형태로 디자인된 리어램프에는 와이자(Y) 두 개를 마주보게 눕힌 형태의 후미등이 시선을 끈다. 수직의 반사등인 버티컬 리플렉터, 라운드 타입 듀얼 머플러 팁으로 RS에 어울리는 역동성도 추가했다.
실내는 디(D)컷 스티어링휠, 레드 컬러 바늘과 테두리를 채택한 원형의 아날로그 계기판, 레드 스티치로 스포츠 감성을 향상시켰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추후 적용) 기능을 무선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듀얼 커넥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시스템 등 주행 중 케이블 없이도 편안하게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공조장치는 버튼과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지만 빠르고 쉽게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요즘 자동차보다는 상대적으로 클래식한 전통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체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콘솔 폭은 좁은 편이다. 센터콘솔에는 레드 스티치로 마감 처리한 기어 스틱과 원형 컵홀더 2개가 자리잡았다. 원형 컵홀더 안쪽으로는 가로와 세로로 홈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소형 소지품을 넣을 수 있다.
뒷좌석은 준중형 SUV처럼 평균 체형의 성인 3명도 앉을 수 있다. 4륜구동 모델은 바닥 중앙부분에 센터터널이 솟아 있다. 2륜구동 모델은 센터터널이 없어 가운데 자리에 앉아도 발을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
앞 유리와 루프가 만나는 부위의 마감 처리는 아쉽다. 천장 마감재를 말아서 안쪽으로 넣어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고 자른 그대로 놔뒀다. 손으로 만져보면 꺼끌꺼끌하다.
트렁크 용량은 460ℓ다. 2단 러기지 플로어를 적용해 트렁크 바닥 부분의 높낮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6대4 비율로 풀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최대 147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차체는 고강성 경량화를 추구했다. 설계 단계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GM의 첨단 설계 프로세스인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 차체에 하중이 실리는 부분은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게를 덜어냈다.
기가스틸 22%를 포함한 78%의 고장력·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강성을 확보, 세이프티 케이지를 완성했다.
↑ 트레일블레이저 [사진 제공 = 한국지엠] |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는 두꺼운 편이다. 안전을 위해 두껍게 처리했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국내 판매된 한국지엠 차종 중 카마로 이후 두 번째로 적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앞유리가 아닌 투명 패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화질은 깨끗하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과 스포츠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기어 스틱 앞에 있는 '레이싱 깃발' 아이콘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AWD' 버튼으로는 2륜과 4륜을 선택할 수 있다. 수동 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는 없다.
스티어링휠은 동급 차종보다 무겁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음이 존재감을 알려준다. 저·중속 성능은 무난하다. 노면 소음과 진동이 전달되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바로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반박자 쉰 뒤 반응한다. 치고 나가는 맛은 부족하지만 배기량과 가솔린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주행 실력을 발휘한다.
스포츠 성능을 추구한 RS 모델답게 서스펜션은 딱딱하다. 노면 상태가 몸으로 전달된다. 바람소리도 실내로 파고든다.
경쟁차종인 셀토스보다 정숙하지 않다. 하지만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엔진음과 바람소리, 노면 진동은 달리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 실키(Silky) 드라이빙 성능을 추구한 셀토스보다는 상대적으로 단단하면서 탄탄한 주행 질감을 갖췄다.
↑ 트레일블레이저 [사진 제공 = 한국지엠] |
미국 소비자들은 반자율주행같은 첨단 주행 시스템을 갖춘 차를 구입할 때도 차에 운전을 맡기기 보다는 차를 일정부분 통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브랜드인 쉐보레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할 때 운전자가 일정부분 개입할 수 있도록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도 '차선 이탈 방지'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중앙을 유지할 때는 운전자 손길이 필요하도록 세팅했다고 밝혔다.
가격도 세그먼트 버스터에 어울리게 책정했다. 크기는 셀토스보다 크지만 가격은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LS 1995만원, LT 222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RS 2620만원이다. 셀토스 가격은 1965만~2685만원이다.
여기에 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 트림부터 쉐보레의 첨단 안전사양을 다양
[인천 =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