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봉'…보험사 사업비 '펑펑'

【 앵커멘트 】
보험을 만기 전에 해약하면 낸 보험료보다 아주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게 되는데요.
보험사들이 수수료 명목의 사업비를 많이 떼기 때문인데요.
금융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mbn이 마련한 집중기획,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보험사들의 사업비 문제를 짚어봅니다.
천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이소형 씨는 2년 전 변액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수익률도 높고, 수수료는 펀드보다 낮다는 설계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험사가 연 10%나 되는 사업비를 떼온 것을 뒤늦게 알고 최근 보험을 깼습니다.

700만 원을 넣었지만, 손에 받아 쥔 해약환급금은 345만 원으로 원금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소형 /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 "통장에 돈(보험금)이 들어온 거 보고 너무 놀랐거든요. 이건 반도 안되는 금액이니까. 내 가 힘들게 번 돈이 수수료나 보험회사 좋은 일만 시킨 거잖아요. 한마디로…."

떼인 돈 대부분은 설계사 수당이나 유지비 같은 사업비로 쓰였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공개한 생·손보 어린이보험 사업비 내역입니다.

손보 상품은 평균 15%, 생보 상품은 28%가 넘고, 일부 상품은 32%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100만 원을 불입하면 68만 원에 대해서만 실제 투자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수수료 성격인 사업비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 보험회사 관계자
- "현대자동차는 원가 공개 안 하잖아요. 그거랑 똑같은데. 아마 재단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거예요. (재단이요?) 공익법인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회사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은 펀드나 은행 입출금 수수료처럼 보험사도 사업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조연행 /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
- "모든 금융상품 중에서 오직 보험만이 사업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낸 돈에서 얼마가 사업비로 쓰이는지는 소비자가 알아야 할 사항이므로 사업비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대책을 내놨습니다.

오는 4월부터 저축성 변액보험을 판매할 때는 상품설명서에 투자원금이 얼마인지, 사업비는 얼마나 많이 떼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 인터뷰 : 채희성 / 금감원 생명보험팀장
- "사업비 공시 확대를 통해서 보험계약자들은 자신이 낸 돈에 대해서 자세히 사업비 내역을 알게 됨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완전판매가 이뤄짐으로써…."

우리나라 보험시장 규모는 80조 원대로 세계 7위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 스탠딩 : 천상철 / 기자
- "보험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보험산업이 민원발생이 많은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