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고용시장에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mbn은 오늘(25일)부터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해보는 연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는 회사원들의 실상을 강태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 "저희들이 나가면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만…."
- "사실 막막합니다. 아무 준비도 없는데…. 애들 이제 중학교도 아직 안 나왔어요. 둘이나 있는데…."
- "정말 열심히 일했고요…. 남아 계신 여러분들 진짜…."
살벌한 구조조정이 몰아쳤던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 전 국민을 울렸던 영상.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아련합니다.
▶ 인터뷰 : 직장인
- "그날 아침이었어요. 회사에 출근했는데 모니터에 수고했다는 말이 뜨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갔죠. 동료들이나 나가는 사람들이나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 못지않습니다.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HSBC.
HSBC는 외환은행 통합에 대비해 계약직 대출 판매인을 1,000명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은행 인수 실패에 이은 금융위기로 대출길이 막히자, 인력 대부분을 내보냈습니다.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진 콜센터에는 정규직 직원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환배치.
▶ 인터뷰(☎) : 전환배치 대상자
- "전환배치라는 명목으로 말도 안 되는 조직을 만들어서 이사나 상무들을 콜센터로 배치하고, 전화로 판매하는 데로 보내서 대출을 팔라고 하는데, 지금은 대출이 되지도 않거든요. 은행에서 다 막아놔서…."
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HSBC 관계자
- "전환배치 이런 것은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거든요. 저희는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격적 모독도 서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전환배치 대상자
- "앞으로는 사인을…. 밑에 여직원들이 있거든요. 과장이나 이사들…. 이 사람들에게 검토받고 사인받아서 자기한테 올리라는 거에요. 그건 상무한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못 견디면 떠나라."
명예퇴직 대상자들을 한직으로 보내 스스로 떠나게 한 뒤, 명예퇴직금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시중은행 가운데 HSBC만 거의 유일하게 명예퇴직을 시행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김사익 / 노동부 사무관
-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정직·전보할 수 없습니다. 사직을 강요할 목적으로 배치전환을 했다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 최대 KB국민은행은 계약직 450여 명을 집단으로 해고하고, HSBC와 비슷한 전환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C제일은행은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 자리는 신규 직원으로 채웠습니다.
임금을 줄이겠다는 계산입니다.
▶ 스탠딩 : 강태화 / 기자
- "사회적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촉진 정책 등의 정치적 구호는 끊이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피도 눈물도 없는' 인력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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