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 채권 처리 계획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은행권이 부실채권 매각을 미루기 때문인데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황승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올해 연말까지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을 1%로 줄이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까지 은행별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제출받을 계획이었지만, 일부 은행들은 최종계획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기업의 채권 등 부실 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운 채권의 정리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부실채권 처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반짝 호조를 보이는 경기입니다.
경제상황이 호전된 만큼 부실채권을 빨리 매각하기보다 오래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협조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보유한 채권을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부실채권 비율 1%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면 결국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시중은행이 공동출자해 9월에 출범할 민간배드뱅크를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팔기 아까운 부실채권을 외부에 넘기기보다 지분을 출자한 배드뱅크에 넘기는 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은행권이 낮은 부실채권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를 느슨하게 하면서 하반기 구조조정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황승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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