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매주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보여주는 통계는 크게 세곳에서 발표됩니다. 먼저 정부의 공식 주택 관련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마지막으로 민간 부동산 통계기관인 부동산R114입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에서 발표한 지난 주 아파트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뚜렷한 흐름이 보입니다. 바로 매매 약세, 전세 강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부터 볼까요? 지난 7일 발표된 '3월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5% 하락하면서 1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졌고, 특히 서울(0.05%→0.08%) 등 수도권(0.06%→0.08%)의 상승폭이 두드러집니다. KB부동산도 마찬가지여서 3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는 지난 주보다 0.05% 올랐고, 그 중에도 서울과 인천의 전세가격이 각각 0.15%, 0.16%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R114 통계 역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주 연속 보합세였지만, 전세는 0.01% 오르며 상승 전환했습니다.
↑ 자료: 한국부동산원 |
매매 약세, 전세 강세 현상에 대한 분석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매매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가격 접점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대출규제 시행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가 발생하면서 거래체결은 더 어려워진 분위기지만, 전세는 봄 이사철 영향은 물론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한 수요층이 가세하면서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차 물건들이 신축과 소형 아파트 위주로 대부분 소진될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전세 거래가격이 작년 8월 13.5억 원에서 지난 1월 20억 원을 찍었고, 잠실동 엘스 전용84㎡ 전세도 작년 8월 9억 원에서 지난달 12.5억 원까지 높아졌다며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기사가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정말 전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까요? 유감스럽게도 지표를 보면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이른바 '방3화2'로 불리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입주 물량입니다. 입주 물량이 전세 시장에서 중요한 건 '입주지정기간' 때문입니다. 소유자가 이 기간 안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높은 금리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하고, 길어지면 최악의 경우 분양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집주인들은 전세가격을 내려서라도 전세를 맞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방 3개, 화장실 2개 이상인 아파트는 대부분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1.2만 세대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제외하곤 1만 세대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동남권에 몰려 있어, 서남‧서북·동북·도심권은 수백가구, 많아야 1~2천세대 수준 밖에 안 됩니다. 1.2만 가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역시 오는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입주지정기간이 4개월로 길 것으로 보여 대다수 집주인들은 입주 초기에는 전세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은 그렇다치고, 적어도 올해는 서울의 입주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세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죠.
게다가 주택가격 정체로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많고, 빌라 기피 현상도 여전해 아파트 전세수요는 올해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다소 높은 점은 부담스럽지만, 월세가격도 뛰어 수요자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세물건은 줄어드는데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겠죠.
다만, 6,700가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입주지정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