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꺼내본 생활 기록부
이담 앵커가 모교인 은광여고를 졸업한 건 8년 전이다. 고등학교 시절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답대신 빙글 웃는다. “화학부 였어요.” 솔직하게 말해 특별한 이유는 없단다. 사실 고등학교 서클 활동이란 것이 유별난 열정이나 관심으로 선택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적성에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수학 과학 같이 답이 똑 떨어지는걸 좋아 했거든요. 고3 담임선생님이 화학 선생님이기도 했어요. 서클 활동하면서 선생님일 잘 돕고 화학 부장하고 반장하고 어른들 말 잘 듣는 전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네요.”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 이었나 보다며 넌지시 던지자 “그런 건 아녜요. 뺀질거리기 좋아해서 제 지위를 아주 약간 이용했다고 했다는 것이 진실이죠”라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였던가 생활기록부에 성적관리, 친구관리, 외모관리에 모두 신경쓰는 학생이라고 적어주신 담임선생님이 계셨는데 성적관리 까지는 모르겠네요. 분명 친구관리‥라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는데 ‘다 같이’ ‘모두 함께’ 이런 건 분명 좋아했어요. 한번은 반 대항으로 발야구 대회가 있었는데 주장이랍시고 며칠씩 해가 뜨기도 전에 일일이 전화해서 깨워 모아 연습했던 기억이 있네요. 좀 잔인한가요?”
졸업 후 8년, 이제 시작한 ‘진짜공부’
이담 앵커는 2010년 10월 처음 mbn에서 방송을 시작했으니 이제 8개월째다. 아직도 매일이 첫 방송처럼 긴장되고 아쉬움의 연속이다.
“정말 하루도 만족을 못하고 집에 가요. 솔직히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활 내내 방송 하나만 준비해서 가끔 생각하면 다른 아무 취미 생활도 제대로 못했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집안도 엄해서 대학 다닐 때도 밤 11시 이전에는 꼬박 들어가야 했고요. 그런데 막상 이 일에 스스로의 기대만큼 완성되지 않으니 억울하고 속상할 때가 많죠. 더 배우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 끝없이 보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이담 앵커는 현재 언론 관련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대학 재학 4년 내내 방송사 시험 준비를 했지만 관련학과를 전공하지 않은 까닭에 느낄 수 밖에 없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란다. 방송 실무 경험만큼 이론 공부도 체계적일 필요가 있는 시기기도 하다.
“제 앞에 많은 선배들이 만든 이론이나 시스템을 정확히 알아야 제가 하고자 하는, 만들고 싶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공부해서 찾아보려는 거죠. 지금 부터가 진짜 공부네요.”
8년 후, 이날 인터뷰를 꺼냈을 때
“저, 많이 변한거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한참동안 나누다 방송 이야기로 넘어가며 사뭇 달라진 표정을 스스로 느꼈던가 보다. “조금 무거워진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뉴스 앵커란 직업이 세상과 늘 맞닿아있어야 하고 늘 귀 기울여야 하잖아요. 단순히 방송을 위한 발성이나 발음 훈련 때문이 아니더라도 말투 자체가 바뀐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사실 뉴스는 근본적으로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식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전달하는 앵커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담 앵커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부드럽게 진행할 수는 있다고 봐요. 뉴스가 우리의 생활과 정말 밀착돼 있어야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 맞다면 지금의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뉴스 포맷은 우리 삶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물론 모든 뉴스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하지만 조금은 더 연성화 된 뉴스 포맷도 나올 필요가 있다는 거죠. 아, 또 심각해 졌네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