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주아 유족 및 지인, 환자단체는 5일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성명서를 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유족 측은 신촌세브란스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을 상대로 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유족 측은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대학병원이라면서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하며 고 박주아씨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유족, 지인, 환자단체들과 신촌세브란스병원간의 긴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사건을 기존의 개인 의료사고처럼 법정소송으로 끌고가 몇 년간 법정공방을 하면 유족 등이 제풀에 지쳐서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은 '의료사고 종합 삼종세트(로봇수술 등 신의료기술 남용 + 수퍼박테리아 감염 + 중환자실 안전관리:JCI인증 및 의료기관평가인증)'라고 할 정도로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중요한 이슈들을 가지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더 늦기 전에 고 박주아씨 사망원인의 진실을 밝히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로봇수술을 환자측이 선택했고, 로봇수술시 발생한 십이지장 천공도 신속하게 응급수술을 했고, 중환자실 환자의 14%는 산소호흡기 튜브가 빠지기고 하고, 박주아씨의 경우 신속히 재삽관후 산소공급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유족 측의 공식입장 전문이다.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대학병원이라면서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 백배 사죄해도 될까 말까인데 유족들의 가슴에 두 번씩이나 비수를 꽂는 잔인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온갖 감언이설로 변명하면서 합의를 유도하다가도 유족이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언제 그랬냐면서 '의료사고가 아니라 수술, 치료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며 돌변하는 모습은 이젠 우리나라 의료사고 발생시 병의원의 일반적인 대처공식이 되어 버렸다.
유족, 지인, 환자단체들은 이미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아시아 최고의 로봇수술 전문병원, 한국 최초의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병원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입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사고 사실을 부인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형사고발을 선택한 것이다. 병원측은 항상 그러했듯이 언론, 방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박주아씨 사망이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여론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병원측에 객관적 실체진실 규명을 요구하지 않고 경찰, 검찰에 요구한 것이다.
병원측은 합의서를 직접 작성해 장례 다음날 유족의 서명을 받아놓고는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하면 스스로 의료사고를 시인하는 셈이니까 이제 와서는 유족에 대한 VIP 예우상 병원비 2,200만원을 면제하고 위로금 8천만원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해도 5천만원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병원측이 의료상 과실이 전혀 없는데도 1억2백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 논리상 설득력이 없다. 이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일반인과 사회적 공인을 구분해서 일반인은 의료사고로 죽어도 5천만원 정도로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법정소송을 진행하고, 사회적 공인은 의료사고로 죽지 않아도 VIP 예우상 1억원이 넘는 위로금을 준다는 것인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수사 및 소송 진행상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를 미리 공개할 필요가 없어서 자제하고 있지만 병원측 입장에 대해서 몇 가지만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박주아씨는 질병과 상해를 동시에 보장해 주는 보험을 가지고 있었다. 신우암이라는 질병으로 사망하지 않고 산소호흡기 튜브 이탈이나 십이지장 천공이라는 상해로 사망해도 보험금을 받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유족은 이미 일반외과 의사로부터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진단서'만 있으면 되었고 비뇨기과 의사를 찾은 것도 '진단서' 발급을 위해서였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추가로 필요하지도 않은 '사망진단서'는 비뇨기과 의사가 작성해 유족에게 준 것이다. 유족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비뇨기과 의사에게 '사망진단서'를 요구했다는 병원측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둘째,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로봇수술로 인해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하고 30시간 이후 응급 수복수술이 이루어졌고 그 후 중태에 빠졌는데 이것이 과연 적정한 조치였느냐이다. 병원측은 동문서답으로 논점을 흩트려서는 안 된다.
셋째, 우리는 중환자실에서 62분 동안 왜 인공기도 관리가 안 되었고, 인공기도 산소호흡기 튜브가 빠진 것을 발견한 뒤 왜 5분만에서야 재삽입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 심폐소생술 시행과 뇌사상태에 빠진 것이 산소호흡기 튜브 이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병원측은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 튜브 빠지는 것은 전체의 14%에 이를 정도로 흔하고 적절한 조치를 다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경찰, 검찰 수사를 통해 다 밝혀질 것이다.
고 박주아씨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유족, 지인, 환자단체들과 신촌세브란스병원간의 긴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사건을 기존의 개인 의료사고처럼 법정소송으로 끌고가 몇 년간 법정공방을 하면 유족 등이 제풀에 지쳐서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 사건은 "의료사고 종합 삼종세트(로봇수술 등 신의료기술 남용 + 수퍼박테리아 감염 + 중환자실 안전관리:JCI인증 및 의료기관평가인증)"라고 할 정도로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중요한 이슈들을 가지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더 늦기 전에 고 박주아씨 사망원인의 진실을 밝히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1년 7월5일 / 故 박주아 유족, 故 박주아 의료사고 진실규명 대책위원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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