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덕기는 2만2000대1의 싸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박시은은 안타깝지만 생방송 2번째 라운드 무대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연기를 하고 싶고 사랑한다는 열정은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은 무대에 섰던 기억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고 했다. 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알아봐주는 사람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어른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주시는 게 신기하다“며 손을 잡거나 같이 사진을 찍는 게 오디션 도전하기 전과 후의 차이점이라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손덕기에게만이 아니라 박시은도 마찬가지다.
“제가 마지막까지 올 수 있었던 건 8개월 전보다 연기가 월등하게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니래요.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돼 시청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때문이라고 주위에서 그러시더라고요. 물론,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도 저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손덕기가 말하는 합격의 비결은 단순했다. 아니, 어쩌면 정확한 답변이었다.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한다는 것. 가식인지 아닌지 상대방은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8개월간 배웠던 깨달음이다. 물론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되, 자신도 객관적으로 봐야한다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덕기는 자신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했다.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며 “매회 다른 헤어스타일로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회상했다.
무척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박시은은 “첫 생방송 무대에서 난 경상도 여자인데 전라도 사투리를 말하는게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처음으로 연기를 인정받았다”고 좋아했다. 또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 좋았다”며 “시골에서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랑 지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또 다른 정을 배웠다”고 배시시 웃었다.
손덕기와 박시은은 거제도 출신이다. 박시은은 중학교 2학년 때 드라마 ‘겨울연가’의 최지우의 감정연기를 보고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예쁜 척하지 않는 감정이 너무 좋았고, 가식없이 연기하는 모습에 빠져버렸다”고 했다.
손덕기도 비슷한 즈음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을 보고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시선장애를 극복하고 1위를 차지한 그는 초등학교 때 뇌수술을 하고 미국에서 2달간 요양차 살았다. 화제가 됐던 그의 완벽한 영어 대사 연기는 중학교 때 10시간씩 영어공부를 하고 음악처럼 대사들을 외우고 따라한 노력의 결과다. 아직도 영어 대사들이 술술 나온다.
손덕기는 자신이 콤플렉스와 자격지심이 있다고 했으나 그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성격은 쾌활하고, 적극적이며, 무엇 보다 정말 즐겁게 말을 이어간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미라클스쿨에 입학한 30명이 만든 모임에서 회장을 맡았다.
박시은은 손덕기가 1등을 한 것보다 “입담이 더 부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손덕기는 박시은의 장점으로 미소를 꼽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은이의 미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할까요?”(웃음) 물론 연기적인 면은 배우들 각자의 매력이 다르니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손덕기는 “경쟁프로그램이긴 했지만 ‘슈퍼스타K3’을 한 번 다운받아 본 적이 있는데 누가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일단 가수는 노래로 말을 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찌릿하게 와 닿았다”며 “나는 연기자니 연기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할 테니 봐주세요’가 아니라 차곡차곡 준비해서 보여드리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시은은 자신이 “이전에는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며 “연기를 잘 하든 못하든, 그런 면들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내 자신과 시청자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손덕기는 우승을 한 것도 기쁘지만 자신이 예전부터 가졌던 생각이 이뤄지는 것 같아 좋다고 웃었다. “우승을 하고 난 뒤 방명록에 사람들이 글을 남기는데 정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시더라”고 고마워하며,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믿게 됐다”고 좋아했다.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도 저렇게 사는데 나도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게 제 꿈이거든요. ‘덕기씨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찾았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좋았어요. 한 분은 기타리스트를 꿈꾸다 포기했는데 이번에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삶의 꿈을 갖게 되는 게 좋아요.”(웃음)
두 사람은 연기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작은 역할부터라도 차곡차곡 해나가는 것. 특히 손덕기는 SBS 드라마 주인공급 역할로 배역을 약속받았지만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많은 연기를 하고 싶단다.
“아직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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