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감독이 이끄는 동부는 올 시즌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14일 부산 KT와의 원정경기 승리로 최소경기(47경기)-최단기간(123일)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강동희 감독 개인은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프로 농구 사상 최초의 인물이 됐다. 동부가 리그 다섯 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16연승의 최다 연승 기록과 42승의 신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무후무한 위업에도 강 감독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현역 시절 ‘농구천재’ 허재의 그늘에 가려 평생 2인자로 불렸던 그였지만 허재 전주 KCC감독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했다.
강 감독은 “허재 형도 우승컵 플레이오프컵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내가 그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는 서로가 경쟁자 관계라고 보는 게 맞다”고 담담하게 자평했다.
강동희는 천재가 아니었다. 농구는 필연이었고, 탈출구였다.
“어릴 때 집이 상당히 불우했기 때문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것(농구)밖에 길이 없었다”라며 어렵게 고백한 강 감독은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도 1년 쉴 정도로 어려웠고...아버님 어머님도 헤어져 계셨다. 안 좋았던 가족사이기에 이 정도만 얘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력 밖에 없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던 그에게 감독은 “너는 키가 안 크니까 다른 걸 해야겠다”며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줬다. 소년이었던 강 감독은 이를 악물고 밤새도록 코트를 뛰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강 감독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링을 보고 계속 커져라 커져라 하면 링이 커진다고 그러셔서, 밤 12시까지 연습하고 매트리스 깔고 코트에 누워서 ‘커져라 커져라’ 외치
강 감독의 최종목표는 남달랐다. 그는 “꼭 이겨서가 아니라 최고의 플레이를 했다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불우한 환경과 불리한 신체조건을 이겨낸 강동희의 농구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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