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노래를 따라 부르는 칠레 소녀들
새벽 4시 반, 산티아고 공항에 무려 4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JYJ와 K-팝을 향한 칠레 팬들의 열정은 9일 오후 9시 산티아고 테아트로 콘포리칸(TEATRO CAUPOLICAN) 공연장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공연시작 약 2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은 약 3천명의 팬들로 축제 분위기였다. 칠레 뿐 아니라 가까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우루과이, 브라질, 멕시코를 비롯해 스페인 등 JYJ를 보기위해 칠레에 입국한 팬들도 전체의 약 20% 가량 객석을 채웠다. 이들은 JYJ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재중' '유천' '준수' 등 멤버들의 이름과 '사랑해요' '같이 가면 길이 된대'라고 한글로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 주변에서 노숙하는 팬들도 있었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노래만이라도 듣겠다며 공연장 밖에서 자리를 잡기도 했다.
남미팬들의 공연 관람 태도는 어느 나라 보다 열광적이었다. 공연내내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라 부르는 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지 팬들은 '내 예쁜 아이들' 이라는 뜻의 '미 이지토 리코'(mi hijito rico)를 단체로 연습해 JYJ를 연호했고 공연 중간에는 우리말로 '사랑해'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공연 도중 실신해 실려 나가기까지 했다.
○ 동시통역사까지 무대 위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번 칠레공연에서 JYJ 멤버들은 15시간이 넘는 비행기 연착으로 공연 전날 새벽에야 간신히 칠레에 입국했다. 현지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총 13개 도시에 걸친 월드투어 동안 연습량 덕에 가창과 퍼포먼스 등 공연 자체의 퀄리티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첫 곡 '엠티'(Empty)는 멤버들의 마이크 볼륨이 중간 중간 낮아지는 등 다소 불안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JYJ의 등장에 팬들이 쏟아낸 환호는 대형 스피커의 음향을 덮어버렸다. 약 1시간 50분 동안 JYJ는 '미션'(Mission) '찾았다' '비 마이 걸'(Be my girl) '인 헤븐'(In heaven) 등 자신들의 대표곡 총 18곡을 불렀다. 특히 '겟 아웃'(Get out) '에이 걸'(Ayyy girl)은 칠레 팬들을 위해 새롭게 편곡해 공연했다.
이 날 JYJ의 공연장은 약 3천 석 규모로 그동안 JYJ의 무대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한다. 스테이지도 다소 작아져 가로 약 12m의 복층 구조로 세워졌으며 조명이나 LED, 특수효과 등이 전체적으로 단출해졌다. 6명의 댄서까지 함께 서기에도 다소 좁아보였으며 공연장 사운드 역시 다소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신 JYJ는 동시 통역사를 무대에 올려 팬들과 직접 대화를 하거나 스페인어로 준비한 영상을 통해 부족한 공연 내용 채웠다. JYJ는 칠레 공연에 이어 11일 페루 리마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 K-팝 열풍,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JYJ를 통해 남미에서 확인한 K-팝의 위치는 '마니악(Maniac) 하다'는 평가다. 칠레 언론들이 보는 K-팝 팬의 숫자는 대략 2~3만명 정도다. JYJ 공연장에서 만난 한 10대 소녀 팬은 "K-팝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한 반에 1~2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저스틴 비버나 레이디가가 등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팝 스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인 만큼 팬덤의 결속력이나 K-팝 스타들을 향한 애정은 지극하다.
아직까지 칠레를 비롯한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는 K-팝 음반은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따라서 남미 팬들은 주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수입된 앨범을 구매한다. K-팝 CD 1장의 가격은 대략 200~300 달러로 정상가에 10배 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은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등 통해 K-팝을 즐기고 있었다. 일정 부분은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K-팝을 듣고 있다.
남미에서 K-팝이 마니아 문화를 넘어 주류 대중문화에 더 깊숙이 뿌
[산티아고(칠레)=이현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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