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MBC 노조 특보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차 대기발령 명단에 김태호 PD를 넣었다가 여론 악화를 우려한 예능본부의 반대로 막판에 이름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MBC가 내놓은 1차 대기발령 명단에는 ‘PD수첩’ 최승호 PD, ‘나는 가수다’ 신정수 PD, ‘내조의 여왕’ 김인식 PD를 비롯해 김수진 앵커, 김완태 박경추 한준호 아나운서 등 35명이 포함됐다. 또 11일 발표된 2차 대기발령 명단에는 최일구 앵커, ‘PD수첩’ 한학수 PD, 최현정 아나운서 등 34명이 포함돼 현재까지 총 69명이 대기발령 된 상태다.
이달 초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개된 대기발령자 명단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김태호 PD 정도로 파업 관련 공개 발언을 한 노조원에 대해 사측이 대기발령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김태호 PD는 파업 중이던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은 거의 4년 이상 누적돼왔던 곪았던 것이 터진 것이다. MBC만의 문제도 아니다”며 “언론으로서 마땅히 다루어야 할 것을 못하게 하고,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억압하려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파업의 정당성 피력과 동시에 사측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PD가 대기발령 명단에서 빠진 것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은 김태호 PD의 대기발령을 강행하려 했으나 예능본부의 반대로 빠지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기야 김재철 사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무한도전’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한히 기다릴 수 없다”며 프로그램 외주화 검토 가능성까지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측은 김태호 PD가 현업에 빨리 복귀하기를 바라는 김 사장의 의중일 뿐 당장 ‘무한도전’을 외주화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수습했지만 노조 측은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흔들어 어떻게든 파업에 상처를 내겠다는 저열하고 치졸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사측의 ‘무한도전’을 흔들기를 강력 비판했다.
‘무한도전’ 외주제작설 및 김태호 PD의 대기발령설이 일파만파 퍼진 가운데 다수 네티즌심(心)은 사측에 부정적이다. 네티즌들은 “‘무한도전’ 건드리지 마라” “이제 한계가 온 건가. ‘무한도전’을 자꾸 걸고 넘어지네” “‘무한도전’을 보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보고 싶은 건 아니다”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은 의미 없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당사자인 김태호 PD는 트위터에 한 줄의 글을 남겨둔 채 묵묵부답이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가능성 소식이 알려진 뒤 자신의 트위터에 “Jai Guru Deva Om! Nothing's Gonna Change My Wolrd”(선지자시여 깨달음을 주소서. 내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도록)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한편 노조 측은 “사측이 파업 중 노조원을 대량 중징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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