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해운대 한 호텔의 커피숍에서 만난 배우 문정희(36). 올 여름 한국극장가를 강타, 450만명이나 관람한 ‘연가시’에서 남편으로 나온 김명민과 박정우 감독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니 “명민 오빠는 ‘드라마의 제왕’ 촬영 중이라 바쁘고, 감독님도 개인 일정이 있다고 하더라”며 샐쭉거렸다.
함께 레드카펫을 걸을 이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드러낸 문정희는 영화 ‘연가시’의 흥행 얘기를 꺼내니 유쾌하게 웃었다. “제가 ‘연가시’ 대표로 온 것이죠(웃음). (김)명민 오빠나 (박정우) 감독님이 저보고 가서 인사를 잘 드리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문정희는 “15년 정도 연기했는데 ‘연가시’로 데뷔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아직 가야할 길도 많고, 할일도 무척 많이 남았다”고 겸손해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고, 칭찬해주는 이들도 많았다”고 좋아했다. 특히 그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연가시’ 뒤에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거의 다 잘 돼 우리 영화가 한국영화 흥행의 물꼬를 튼 것 같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연가시’ 이후 한국영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도 승승장구했다.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대부분이 사랑을 받았다. 스토리 구성이나 배우들의 연기 등 영화 질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지만, ‘연가시’가 좋은 분위기를 가져다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문정희는 “한국영화도 발전하고 있고, 관객들이 영화를 좋아해주고, 또 관객 수준도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며 “우리나라 영화를 향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제는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니깐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때문에 “드라마를 할 때보다 영화는 출연을 하게 되면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며 “좋은 영화가 있으면 빨리 다음 배역을 맡고 싶다”고 바랐다.
“뮤지컬 데뷔할 때가 생각나네요. 감독님, 배우들과 섞여서 사회생활을 하는 건데 그게 처음이었어요. 무대에 서기 전날 밤잠을 못잘 정도였죠. 대본을 베고 잔 게 기억나네요.”(웃음)
그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한 것도 있지만 이제껏 못 알아봐준다고 슬퍼한 적은 없었다”며 “작품 평가가 안 좋거나 캐릭터 연기를 소화 못했다고 했을 때 힘이 들었을 뿐이다. 또 조기종영하면 섭섭하기도 했지만 되돌아보면 그런 경험들이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부산에 오니 미래 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만나 서로를 다독여주고 북돋워줄 수 있는 돌파구인 것 같다”며 “오랜 만에 만난 분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 기분이 좋더라”고 웃었다.
여러 가지 일정 탓에, 또 관객들이 너무 발 빠르게 예매해 영화 한 편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영화를 많이 못 보는 게 너무 아쉽다”며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위험한 관계’나 ‘콜드워’를 보고 싶다”고 바랐다.
영화 ‘현의 노래’에 참여하기로 했던 그는 제작이 늦어지는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아쉽지만 하차를 결정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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