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용의자 제임스 바(조셉 시코라)를 붙잡았다. 경찰의 추궁에 제임스 바는 아무 말 없이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시지를 적어 건넨다. 유령 같은 존재인 잭 리처(톰 크루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어 난감해하는 경찰 앞에 제 발로 나타난 잭 리처. 리처는 과거 이라크에서 제임스 바가 민간인을 저격한 일을 조사했던 군 수사관이다. 그는 이 사건에 개입하려 하지 않지만 뭔가 미심쩍다는 걸 깨닫고,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다.
증거들은 일제히 제임스 바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하지만 관객은 이미 제임스 바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초반부터 총을 난사한 범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객은 잭 리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
‘잭 리처’는 진실이 무엇인지, 무슨 이유로 제임스 바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지 등을 밝혀내는 톰 크루즈를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사건의 오류를 하나씩 짚어내는 잭 리처의 통찰력이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조력자로 나서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제임스 바의 변호사 헬렌 로딘(로자먼드 파이크)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리 차일드의 원작 소설 ‘원 샷’에서는 2m 가까운 거구가 주인공이라 톰 크루즈가 이 역할에 맞을 것이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의 액션신 만으로도 논란은 비켜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자동차 추격전이다. 위험천만한 자동차 추격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액션신과 마찬가지로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긴장감이 넘친다. 9대의 차량이 촬영에 동원됐는데 8대가 완전히 분쇄됐을 정도다. 대역 없이 직접 톰 크루즈가 소화했다. 그의 화끈한 운전 실력도 기대할 만하다. 최근 ‘잭 리처’ 홍보 차 내한한 톰 크루즈가 “아날로그적 인물”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진짜 범인을 놓친 잭 리처가 자신을 잡아들이려는 경찰을 따돌리려 차를 버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섞이는 모습이 웃음을 선사하는 등 코미디 요소도 곳곳에 있어 유쾌하다. 헬렌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텔신에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전하기도 하는데 ‘깨알 유머’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원작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고 메가폰까지 잡았다. ‘웨이 오브 더 건’ 이후 12년 만의 연출작이다. 130분.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