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SBS TV 드라마 ‘대풍수’의 주연배우인 이윤지를 만났다. 극 중 고생한 반야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3년 전쯤 불면증에 심하게 시달렸다”고 말했다.
“피곤한데 거의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마음이 무거웠던 때였죠.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는 건지 몰랐거든요. 저는 밖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긴 하지만 쉽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은 아니에요. 혼자서 다 챙기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문득 ‘내 주위에 사람이 이렇게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에서 평범하게 사람들과 부딪히는 시간 없이 미친 듯이 작품을 하니 내 생활이 뭐가 뭐인지 헷갈렸던 것 같아요.”
배우 이윤지와 일반인 이윤지가 느끼는 괴리감이라고나 할까? 그의 고민은 착한 캐릭터만 맡게 된 것을 향한 반발 심리도 있었던 듯하다. 그는 “과거 일일 드라마나 연속극, 주말극을 할 때 늘 착한 역할만을 했었다”며 “독한 캐릭터가 욕심이 났는데 ‘드림하이’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에 다양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연기긴 했지만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무섭도록 달려가보니 그 기분이 뭔지 알 것 같긴 해요. 어떤 부분에서는 속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실제 저도 만만치 않은 욕심쟁이인데 실생활에서는 반야처럼 해볼 수 없는 거잖아요. 욕심들은 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죠.”(웃음)
‘대풍수’는 50부작으로 기획됐다가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36부작으로 조정돼 방송을 모두 끝마쳤지만 캐스팅에도 난항을 겪었고,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시청률도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드라마다.
“PD님 입장에서는 정말 힘 빠질 수 있는 문제들일 수 있었죠. 배우들이 기도도 많이 했고, PD님한테 문자도 많이 보냈어요.(웃음) ‘저희는 행복해요.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요.”
이윤지는 시청률이 낮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순 없겠지만, 공들인 작품이 시청률이 낮으면 상처가 생긴다. 특히 이윤지는 조기 종영이라는 아픔도 있다. 드라마 ‘맨땅에 헤딩’으로 쓸쓸한 퇴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윤지는 극 중 지성과 류태준, 송창의와 멜로 라인이 있었다. 지성과는 우정이 강했고, 류태준과는 필요에 의한 관계였다. 송창의와의 관계는 유독 어울렸다. 그는 “창의 오빠와 케미스트리가 괜찮은 것 같다는 반응”이라고 좋아했다.
세 남자 배우와도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지만, 아들로 나온 이민호와의 연기 호흡도 관심을 받았다.
이윤지는 “남자 선배들이 어린 여자 후배와 연기할 때 다 받아주는 게 뭔지 알게 됐다”며 “나이 어린 친구와 이렇게 호흡을 맞춘 적은 거의 없었다. 왜 오빠들이 여자 후배들에게 ‘어, 그래’라며 다해주는지 알겠더라”고 웃었다. 이어 “연인 관계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사뭇 진지하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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