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고생을 하며 대역 없이 80%를 직접 소화했다. 무술이라도 사용하는 작품이라면 호흡이라도 맞춰 합을 짜겠는데, 무작정 달리고 도망쳐야 했다. 건물에서 떨어지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건 기본이었다.
신하균은 “솔직히 (대역이 하고) 내가 안 하는 줄 알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높은 건물 옥상 난간에도 못 서 있어요. 등산하러 가면 조심하라고 줄 같은 것 설치돼 있잖아요? 그것도 못 잡고, 못 올라가죠. 솔직히 제가 직접 연기해야 하는지 현장 가서 알았어요. 멀리서 카메라로 저를 잡는 신은 대역 분이 할 수 있지만, 요즘은 카메라를 여러 대를 써요. 그러니 가장 효율적인 건 배우가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거더라고요.”(웃음)
그는 “정말 위험한 장면들 빼고는 거의 직접 소화했다”며 “8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몇 달 이어진 촬영에 적응되며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신하균은 정색했다. “전혀, 재밌지는 않았어요. 빨리 오케이 사인이 나길 원했죠.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난 오케이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꼼꼼하신 분이에요. ‘앞으로 또 뭘 해야 할까? 또 어떤 고난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했다니까요.”
힘겨운 촬영은 또 있다. 극 중 변질한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시멘트를 뒤집어쓰고, 또 이를 찬물로 씻어내는 장면. 여름에 찍어야 했는데 신하균이 갈비뼈가 부러져 미루고 미뤄 11월께로 넘어갔다. 신하균은 “대단히 추운 새벽, 힘들게 찍었다”고 눈을 질끈 감았다.
‘런닝맨’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한 남자 차종우(신하균)가 한순간 전 국민이 주목하는 용의자로 지목돼 모두에게 쫓기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하균은 “허황한 영웅담이 아니다. 소시민이 자신을 지켜가며, 또 떳떳한 가장 이야기를 하는 게 흥미로웠다”며 “액션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해보지 않은 역할에 대한 도전의식도 있고, 신이 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글로벌 사업 지원작으로 전폭적 지원을 선택한 첫 번째 한국영화니 외국에서 활동을 염두에 둬 선택한 것도 있을 법한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는 “외국에서 투자를 받는 게 생소하고 새롭기도 했다. 한국영화의 힘이 생겨 투자도 하는구나 생각했다”며 “하지만 투자, 배급만 할 뿐이지 촬영 환경은 다른 영화들과 똑같았다”고 떠올렸다.
실제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되는 것도 바랄 것 같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팬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하자 “팬들이야 작품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웃는다.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된 그는 “나이를 먹어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며 “육체적으로 나이를 먹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이나 정신이 늙으면 문제다. 신선하고 젊게 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균은 연기를 무척 잘해 ‘하균신’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과찬이고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촬영하면 후회와 반성을 많이 한다”며 “조금 더 완벽하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놓치고 나서 하는 후회들도 있다. 그러면 예민해지고 잠도 잘 못 잔다.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잦았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4일 개봉하는 ‘런닝맨’과 동시에 이날 밤 SBS TV 수목극 ‘내 연애의 모든 것’도 전파를 탄다. 몸으로 고생했던 영화와는 달리, 이민정과 유쾌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다. 정치적 색깔이 전혀 다른 남녀 국회의원이 여야(與野)와 국민의 감시 속에서 벌이는 비밀 연애를 다룰 드라마다.
신하균은 “캐릭터와 설정이 재미있어 즐겁게 찍고 있다”며 “주제가 사랑이다 보니 연애의 감정과 느낌을 찾아가야 해 ‘런닝맨’ 촬영 현장과는 기분이 다르다”고 좋아했다. “일단 ‘런닝맨’ 현장에서는 뛰고 구르고 해야 해서 호흡을 거칠게 예열을 시켜야 했죠. 이민정 씨와는 장진 감독의 연극 ‘택시드리벌’에서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상대역을 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런 장르를 해봐서인지 감각도 있고 무척 잘하더라고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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