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오 감독은 “데뷔 감독에게 이런 막대한 투자는 거의 없었을 때였다”며 “투자자들이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영화계에 복귀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본과 스페인에서 연출 제의가 들어왔지만 아쉽게 틀어졌다.
이후 시나리오를 쓰며 시간을 보냈고, 7년을 돌고 돌아 다시 기회가 왔다. 지난 4일 개봉한 ‘런닝맨’이 그것.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한 남자 차종우(신하균)가 한순간 전 국민이 주목하는 용의자로 지목돼 모두에게 쫓기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 폭스사가 글로벌 사업 지원작으로 설정, 메인 투자작품으로 선택한 첫 번째 한국영화다. ‘중천’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감독은 “부담감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래도 부담감보다는 이 영화가 미국 메이저 회사의 투자 1호 작품이니 좋은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 나중에 워너브라더스나 디즈니 등도 한국영화에 투자할 수 있을 텐데 그때 어떤 모델이 될 수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한다”고 바랐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는 모르니 걱정도 되는 부분이 있긴 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다양한 투자처가 생기게 된다는 거예요. 시나리오도 발전해 더 다양한 영화가 생길 것 같다는 거죠. 또 하나는 이런 영화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상영관에 걸리게 된다면 한국의 좋은 스태프나 배우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생기기도 할 것 같아요.”
조 감독은 “하균씨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실은 몰랐다”며 “종로에서 건물을 뛰어넘을 때 보니 안전한 건 지를 굉장히 많이 체크하더라”고 기억했다.
안전을 신경 썼는데도 신하균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알게 됐다. 조 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특히 빡빡한 촬영 여건 때문에 더 안타까워했다.
“다른 사람들 분량을 찍으면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더 지체할 수 없는 거예요. 뼈가 붙는데 최소 3주가 걸린다는데 2주 정도밖에 기다릴 수 없었죠. 촬영을 재개했는데 하필 하균씨가 다시 돌아와 찍은 게 시멘트 신이에요.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는데 더 힘들었을 거예요.(앞서 신하균은 인터뷰에서 변질한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시멘트를 뒤집어쓰고, 또 이를 찬물로 씻어내는 장면이 힘겨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차종우 아들 역할로 나온 이민호도 늑막염에 걸렸다. 조 감독은 “민호는 어린 친구인데 놀랐다기보다 가슴이 아팠다”며 “병원에도 가봤는데 살이 쏙 빠졌더라. 인간적으로 마음이 안 좋았다”고 미안해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법. 안타까운 일들이 생겼지만 이들의 고생 덕분에 영화는 매끈하다. 조 감독은 “부상이 많았는데 다른 모든 배우가 잘 참고 참여해줘서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열연이지만 조 감독의 꼼꼼함도 한몫했다. 앞서 신하균은 “난 오케이 컷인 것 같은데 감독님이 계속해서 요구하더라”며 조 감독의 섬세함에 혀를 내둘렀다. 조 감독은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작은 것들이 보이더라”며 “‘중천’할 때도 CG(컴퓨터 그래픽) 팀이 나를 제일 싫어했을 것 같다. 날아다니는 재의 양과 수를 세면서 지적을 했다. 그냥 넘어가 지지 않더라.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영화는 좁은 골목에서 자동차를 몰거나,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 등에서 액션과 카메라 구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장비를 장착하는 등 다양한 카메라 구도를 위해 촬영 팀과 머리를 싸맨 결과다.
조 감독은 “‘중천’ 이후로 관객 수나, 사람들의 반응을 거의 검색해 보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를 잊고자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활동을 하지 않게 됐을 때 책이나 영화들을 더 많이 보게 됐다”며 “도움이 많이 됐던 시간이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이 문제”라며 “계속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떤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할까?’를 공부하고 있고, 다른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이런 방식이 재미있구나!’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부터 관객들이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보려고 하는 것 같더라”며 “웃길 때는 웃으며 즐겁게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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