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떠나 약 4주 만에 돌아왔다. 5월 초에서 6월 초까지이니 가요 담당 기자로서는 가장 핫(HOT)한 시기에 떠나있던 셈이다. 그 사이 신화, 이효리, 2PM 등이 컴백해 활동을 시작했고, 씨스타, 애프터스쿨, 넬, 아이비, 써니힐, 달샤벳 등이 컴백한다고 소식을 알려왔다. 그리고 소년공화국, 방탄소년단, LC9 등 대형 신인들이 데뷔를 했다.
현장을 떠나있던 시기이니 새로 쏟아지는 음악보다는 과거 좋아했던 90년대 중후반 음악을 주로 즐기며 들었다. 그러다 다시 최신곡(?)을 들어보니 단 4주였지만 ‘내가 너무 오래 쉬었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짧은 기간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수많은 곡들을 쏟아냈고, 소비됐다. 더욱이 그 4주 사이에 이미 발매됐다가 들어간 곡도 있다.
가요를 담당하며 당연히 신곡이 나오며 자연스럽게 듣고, 신인 가수가 나오면 관련 자료를 받다가 4주 정도 쉰 결과가 “저 가수는 누구이고, 이 노래는 뭔가”인 셈이다.
가요 일을 업으로 먹고 사는 기자의 입장에서 단 4주의 쉼은 가요계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현재 끊임없이 나오는 가수들과 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잠깐이나마 느끼게 해줬다.
오랜 시간 앨범을 만들고 몇 달씩 활동하며 조금씩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던 80~90년대와 달리 지금 음악은 확실히 다르다. 소장의 개념이 아닌 소비의 개념으로 다가갔고, 음악이 아닌 음원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이미 가요계는 붕괴됐다는 한탄이 나온 지도 오래지만, 이에 대해 반성이나 대응책이 논의된 적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애국가 시청률’이 나오는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목을 매는 풍토나, 한번 던져보고 반응 없으면 1~2주 만에 앨범 활동을 접는 모습, 히트 공식만 따라가면 복제품 양산에 열을 올리는 모습 등은 여전하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이 가수와 노래를 대하는 것은 계속 “저 가수는 누구고, 이 노래는 뭔가요”인 셈이다.
물론 음반 제작 관계자들도 할 말은 있다. 저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응 없는 곡을 의상비, 메이크업 비용 등을 쓰며, 몇 주씩 활동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며, 일단은 히트 공식을 따라가 이름을 알려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래가, 앨범이 꿈이나 희망 등의 단어와 매치되던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은 단지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만든 음악과 교감이 될 수 있을까. 중장년층에게 조용필이 어필되고, 삶과 마음을 노래했던 곡들이 ‘불후의 명곡’ 등에 나와 다시금 거론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던 셈이다.
[MBN스타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