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 스스로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군대를 제대하고 내가 왜 연기가 하고 싶은지, 이걸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았죠. 저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고요.”
그는 스물다섯 살 겨울 그는 연기학원에 처음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비슷한 꿈을 가진 연기자 지망생들과 경쟁하며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기뿐 아니라 영상 기법 같은 걸 어깨너머로 배웠죠.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단역을 하면서는 사실 연기를 배웠다기보다는 현장 분위기를 배웠던 것 같아요. 작품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헌신을 하고 있는지 배우고 현장에 가면 얼마나 편한지 느꼈죠.”
‘남자가 사랑할 때’ 이전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 ‘은교’ ‘반창꼬’ ‘간첩’ 등에서 대본에는 그의 배역 이름이 없었다. ‘카센터 정비기사’ ‘구조대원’ ‘안기부 외부 안내요원’ 식이었던 것. 그에게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작품 대본에 자신의 배역 이름 석 자가 쓰여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일이었다.
“대본을 처음 받아들고 울컥했죠. 드라마를 찍으면서 로이장으로 살았다는 게 마냥 신이 났어요. 냉혈안이고, 어렸을 때 유아기를 힘들게 보낸 재벌집 아들로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PD님이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내가 송승헌씨를 바라볼 때 ‘잃어버렸던 형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도 알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제가 송승헌씨를 보고 있는데 심장이 뛰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있을 때만큼은 ‘오랜만에 형을 만났다. 반갑다’는 느낌을 받고 심장이 뛰는 걸 느꼈어요.”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은 역시 송승헌과 연우진이다. 김서경은 두 사람과 특별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
“송승헌씨는 전부터 같은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면서 함께 운동을 해왔던 사이라 이번 작품에서 만나게 돼 반가웠고요, 연우진씨는 알고 보니 대학교 선배더라고요. 인연이 운이 돼서 두 분에게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죠.”
김서경은 이제 막 발동이 걸린 배우다. 스타트를 강렬하게 끊었으니 이제 해보고 싶은 것이 쏟아질 법도 하다.
“하고 싶은 작품은 많죠. 하지만 뭘 하고 싶다는 말은 아직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200% 이상 소화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많은 경험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하고 연기력도 필요한 시점인 거죠. 저에게.”
“영화 ‘시크릿’에서 류승룡씨가 취조실에서 커피 알맹이를 들고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을 본 순간 저 배우가 저 캐릭터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피가 끓었어요. 나라는 사람을 통해 누군가가 영감을 얻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가진 가장 큰 꿈이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