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나영 기자] 김유미라는 이름보다 이제는 ‘진숙 언니’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지난 15년간 꾸준히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빛난 적은 없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에서 술집 7개를 소유한 여장부 진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유미는 뛰어난 존재감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미는 한없이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묘하게 진숙과 오버랩되며 섹시하면서도 도도한 팜므파탈의 기운이 느껴졌다.
“데뷔 15년 만에 터닝포인트가 돼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정말 큰 맘 먹고 나선 도전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 몰랐죠. 데뷔 이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기쁩니다.”
사진= MBN스타 DB |
그간 청순하고 단아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유미는 ‘너 나한테 양악수술 한 번 받아볼래?’ ‘입맛이 후지면 인생도 후져 지는거야’ 등의 인상깊은 대사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처음에 진숙이라는 역할을 도전하기가 부담스럽고 두려웠어요. ‘안 하니만 못하다’ ‘여배우의 변신은 무죄지만 거부 반응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더욱이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작품 들어가기 전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감을 얻었어요.”
김유미는 진한 화장은 물론, 향수까지도 섹시한 느낌의 제품을 골라 사용했다. ‘저 배우가 누구야’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데뷔 15년 만에 가장 큰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런 김유미의 노력이 통했는지 ‘무정도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유미를 극찬하는 글이 다반수다. 이러한 인기를 체감하고 있을까.
“너무 잘하려고 욕심 내다보면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진숙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힘을 빼야 했어요. 무심하게 보이면서도 강렬함은 유지해야 했던 만큼 쉽지만은 않은 연기였죠. 시청자분들이 ‘김유미’ 보다 ‘진숙 언니’로 불러주실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실감했죠. 캐릭터가 가진 힘을 처음 알게 됐달까요.”
사진= MBN스타 DB |
하지만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이제 드라마가 막을 내린 만큼 진숙이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15년 만에 맞이한 터닝포인트는 배우로서의 큰 성과지만, 그 여느 때보다도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극에 몰입하기 위해 쉬는 날에도 친구조차 안 만나고 우울하게 혼자 보내는 등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어요. 그만큼 작품이 끝나고 나니 아쉽지만 촬영을 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죠. 하지만 너무 깊게 빙의된 진숙에게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얼른 친구들을 섭외해 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 진숙에게서 떨쳐내기 위해.”
지금쯤 진숙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는 말했다. “청담동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겠죠?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몰라요. 진숙언니 같은 사람이 한 명 쯤 옆에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청순한 캐릭터에서 팜므파탈로 180도 연기 변신한 김유미는 또 다른 내일을 꿈
“항상 삶에 필요한 것은 ‘유머’라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래서 다음에는 얼빠지고 엉뚱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유머의 촉을 잘 알아야 하는데 제가 기가 막히게 알고 있거든요.(웃음) 시트콤 장르에서 진숙이처럼 카리스마를 지녔는데 허당인 모습을 보여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김나영 기자 kny818@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