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 일문일답
▲ 첫 스타디움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해달라.
- 유노윤호(이하 윤호) : 동방신기는 일본서 작은 공연부터 차근히 여기까지 올라 온 팀이다. 막상 스타디움 무대에 서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스태프 여러분, 팬 여러분들과 열심히 해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응원해준 분들에게 좋은 소식 전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사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공연장이 생각보다 너무 크더라. 돔보다 1.5배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분들이 응원을 해 주면 우리도 모르는 이상한 에너지가 나온다.
- 최강창민(이하 창민) : 아주 예전서부터 꿈꿔왔던 5대 돔 투어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치자마자 스타디움 라이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걸 이뤘다는 생각에 기쁘다. 공연은 오후 5시 30분, 해가 저물 때부터 시작하지만 공연 시작 전 이른 시간부터 줄서서 기다려 준 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전한다. 정말 동방신기가 해왔던 어느 공연 보다 규모가 큰 공연이었다. 떨리기 보다는 신나게 즐겁게 했던 것 같다.
▲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을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나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 윤호 : 돔 공연도 굉장히 크다는 인식이 있는데 스타디움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다르더라.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기 때문에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가는 것이 필요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살다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때로는 위축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 자신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딘가 생각하다가 그 곳은 무대 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다 같이 하나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창민 : 어렸을 때 축구시합으로만 봤던 경기장이다. 정말 우리가 해본 전 세계 어떤 나라, 어떤 공연보다 제일 큰 규모다. 우리 둘에게 이곳 일본은 외국이다. 해외 가수가 하는 공연을 보러 일본인들이 이렇게 와주고, 최다 관중을 집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일본 분들, 해외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국가와 언어의 벽이 있지만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국제적인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7만 2천명을 첫 대면했을 때 감동이 남다를 것 같다. 저 정도 무대에 서 관객들을 내려다 보면 우쭐한 기분도 들었을 것 같은데.
- 창민 : 정말 장관이다. 내 시야에 다 담을 수 없는 최대 인원수의 사람이 응집해 있는 걸 봤다. 뿌듯하기도 했다. 단순히 말로 멋있었다, 좋았다로 표현 못한다.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가수가 무대 위에서 우쭐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건 자신감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공연과 무대로, 우리가 부르는 노래로 관객들 사로잡고 매혹시키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한 것 같다. 그 우쭐함에 중독돼서 잘하고 싶은 것도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하다. 계속 무대 위에서 우쭐함을 느끼고 싶다.
▲ 체력관리는 어떻게 했나?
- 창민 : 개인적으로는 돔 투어 당시에는 공연 중간 쯤 됐을 때 너무 힘들어 드러누워 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다. 내가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배드민턴을 하고 있는데 정말 좋은 운동이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에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 윤호 : 내년에 30대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려고 한다.(웃음) 사실 나는 창민을 따라가는 것 같다. 창민이가 이만큼 하면 지기 싫고 늙었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그만큼 더 한다. 마지막 노래에서 내가 같이 뛰자고 제안 했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데 어차피 죽을 거면 무대에서 죽는게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마음을 다해 열심히 했다. 팬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줄수록 우리도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
▲ 전체 공연을 연출하는데 특별한 콘셉트가 있었나?
윤호 : 앨범 타이틀이 ‘타임’인 만큼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콘셉트로 준비했다. 과거의 동방신기, 즉 우리의 뿌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 공연을 보니 최근 유행하는 얘기도 많이 하고 일종의 만담 같은 분위기도 연출하던데.
- 윤호 : 창민이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한다. 공격하는 사람, 받아주는 사람 중에서 받아주는 사람 역할을 많이 한다. 성격인 것 같다. 공연 중에는 일본에서 현재 유행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평소 즐겨보는 ‘진격의 거인’의 캐릭터를 흉내내봤다. 개그맨들 캐릭터를 흉내 내거나 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인데 한번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개그맨들의 흉내를 냈더니 그분들이 자신의 공연에 초대 해주기도 했다.
▲ 새로운 팬들이 상당수 유입됐다.
- 윤호 :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 많이 들어오시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남자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남자분들 같은 경우 처음에는 혼자 좋아하다가 너무 괜찮으니까 친구를 데려오고, 가족을 데리고 오고, 데이트 코스로도 활용하고 하는 등이다. 일본내에서 우리 공연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동방신기쇼’ 같은 형태로 인식돼가고 있는 것 같다.
▲ 처음 일본에 왔던 2005년이 기억나나?
- 윤호 : ’허그’로 국내에서 사랑을 받고 일본에 갈 때였다. 일본에 가는 길에 회사 분들이 일본서 활동을 하게 되면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건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 우리는 ‘열심히 하면 되죠’라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들끼리는 ‘차근차근 올라가자’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됐다. 우린 약속을 지킨 남자가 됐다. 기분이 좋다.
▲ 국내에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동방신기처럼 되고 싶어한다. 동방신기의 경험을 빌어 그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 윤호 : 우리는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목표보다는 매 순간을 즐기는 팀인 것 같다. 처음 작은 공연을 할 때부터 그저 열심히 해왔다. 하우스 공연을 하다가 홀 사이즈 공연을 처음 하면 ‘이런 공연에는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는 식이었다. 스타디움을 했다고 ‘우리는 이제 대스타야!’라는 기분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에 처음 왔을 때도 있는 그대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더 공부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모습을 일본 팬들이 예쁘게 봐줬던 것 같다. 누구와 경쟁보다는 우리가 우리 기록을 깨려고 스스로를 더 완성시키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한국에는 실력도 있고, 멋진 후배 분들이 많다. 어디를 가던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자기 무대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창민 : 우리도 지금까지 누구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누구를 이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건 진심인데 앞으로도 활동을 하게 될 친구들이 우리 기록을 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우리나라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세계에 더 많이 알렸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한다. 동방신기가 어떤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 보다는 동방신기를 통해 우리 음악과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더 많이 알릴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 곧 국내 데뷔 10년이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고 특별한 계획도 있을 것 같다.
- 창민 : 10년 전 맨 처음 한 방송사의 첫 무대, 잠실 종합운동장 쇼케이스, 일본 하우스 공연, 홀 공연, 아레나, 돔을 거쳐 왔다. 그 당시에는 시간이 잘 안간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작은 공연장에서 이렇게 큰 공연장까지 왔다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가 10년 동안 막연하게 열심히만 했던 것이 아니라 그만큼 차곡차곡 쌓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 윤호 : 10주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회사와도 상의를 많이 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벤트일 수도 있고 공연일 수도 있고 앨범일 수도 있다. 단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숙제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돼야지라는 생각 보다는 밀도 있는 아티스트,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
▲ 정상에 올랐으니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 윤호 : 더 큰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공연장이던 그 공연장의 사이즈에 맞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가 멋있는 것 같다. 공연의 콘셉트도 다양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떤 공연은 남자만 초대하기도 하고, 어떤 공연은 결혼한 분만 초대하는 공연 같은 건 어떨까 싶다.
- 창민 : 사실 닛산 스타디움을 공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꿈같다. 공연장이 크다보니까 여러 가지 연출도 가능하더라. 많은 분들 안에서 공연하는 건 좋은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가수와 거리가 멀어서 호흡하기 어려운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 한 분 한 분 눈 맞추면서 인사하고 감사함을 표시하고 싶다. 단순히 어디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목표 보다는 것 보다 공연장에 구애받지 않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껍데기가 화려하기 보다는 알맹이가 단단하고 응집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팬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 롱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닐까 싶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한다면.
- 윤호 : 닛산 스타디움 공연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곧 10주년이다. 동방신기의 진가가 나올 것 같다. 동방신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도쿄(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