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우연히 찾아온 사랑 덕분에 행복해지는가싶더니, 돌연 이 사랑이 인생의 파국으로 변질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다시 받는다. 상처의 주인공은 개똥이(송삼동 분). 그 누구도 그의 진짜 이름대신 ‘개똥이’라고만 부른다. 존재의 가치를 알리는 이름 대신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개똥이라 불리기에 그가 가진 상처의 깊이는 클지 모른다.
항상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개똥이는 12년 째 공장 노동자이자 산동네 토박이다. 그는 어디로 훌쩍 떠날 생각도 없이 주어진 생활에 그저 충실할 뿐이다. 우연은 늘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 개똥이는 공장 사장의 딸이자 너무도 불량스러운 선주(이은경 분)를 만나고 자신과 다른 모습, 어머니와 닮은 모습 때문에 묘한 끌림을 느낀다. 평소 말이 없는 개똥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선주의 진심에 밥을 먹고가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선주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려는 찰나, 선주에게서 어릴 적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괴로워한다. 개똥이는 어린시절,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에 어머니를 닮은 선주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때문에 사랑인지 연민인지 선주를 향한 개똥이의 마음은 오리무중이다. 결국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똥이의 주변 상황들이 계속 등장하며 그의 뫼비우스 띠 같은 인생을 예고한다.
깊어질수록 점점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개똥이의 인생이 보는 이들에게 교훈을 안겨주며, 다양한 추측이 가능한 열린 결말은 개똥이에게 행복, 혹은 불행을 직접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상처투성이 개똥이의 내면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표현한 배우 송삼동은 ‘낮술’을 통해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 후 ‘REC’ ‘슈퍼스타’ ‘노리개’ ‘남쪽으로 튀어’ ‘미스체인지’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해 대사보다는 한방의 눈빛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가슴 속 응어리진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개똥이에게는 무엇보다 눈빛이 중요하다. 송삼동은 마치 자신이 개똥이가 된 것 마냥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소리나는 대사의 비중은 없어도 가슴으로 하는 대사는 너무도 충만해 충무로의 떠오는 배우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행복과 분노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조용한 개똥이 역을 위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미묘한 감정 변화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세상과 단절한 채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개똥이’가 9월 5일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사진=스틸, 개똥이 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