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애늙은이’라는 소리, 하루에 너덧 번도 더 들어요.”
스물의 나이에 90년대 감성을 노래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스무 살이 된 김예림이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풋풋하고 한편으로는 철없이 뛰어놀아야 할 나이지만, 김예림은 보통 차분한 게 아니다. 여기에 비교 불가한 감성적인 목소리까지 더해져 90년대 감성을 마치 제 것처럼 소화해낸다.
사진=미스틱89 제공 |
자신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조력자는 그녀의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가수 윤종신이다. 윤종신은 김예림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에 랭크되도록 노골적인 홍보 전략을 세웠다. 토요 인기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조정치가 홍보 메신저 역할을 했다. 그만큼 소속 가수, 특히 김예림의 홍보에 집착 수준으로 공을 들인 윤종신의 프로듀싱 방법은 반전이었다. ‘방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주의였던 것이다.
“정말 감사하죠. 사실 놀라기도 했어요. 활동도 안 하는데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걸려서 ‘내가 뭘 했나?’ 싶기도 했었죠(웃음). 사실 TV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종신쌤은 평소에 잔소리도, 조언도 별로 해주시지 않아요. 데뷔 앨범부터 이번 나온 앨범까지 모두 제 생각이 많이 담긴 것도 그 때문이죠.”
때문에 ‘어 보이스’도 ‘허 보이스’도 어느 것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녀의 생각이 듬뿍 담겼다. 두 앨범은 기획 단계부터 녹음 과정, 마지막 곡을 결정하는 부분까지 김예림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렴해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솔직하고 당당한 스무 살의 김예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앨범들은 대중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고, 음원차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김예림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말과는 달리 덤덤한 반응이었다.
“기대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됐죠. 그래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때문에 ‘두 번째 앨범이 부담되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지만 첫 번째도 제가 당연히 받아야하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해도 ‘신인이니까’라는 생각이에요. 그게 맞는 거잖아요. 사실 부담감보다 사람들이 내 음악을 어떻게 들으실지 궁금해요.”
사진=미스틱89 제공 |
특히 타이틀곡인 ‘보이스’(Voice)는 윤종신이 작사·작곡한 것으로 헤어진 연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윤종신은 “헤어진 사람이 너무 그리울 때 만나는 것보다 목소리만 그리울 때가 있다. 길을 가다가 비슷한 소리를 들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날 때가 있다”며 이 같은 곡을 썼다고. 겪어본 적 없는 가사가 어색할 만도 하지만 김예림은 90년대 대표 작곡가들의 감성에 “공감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감은 된다지만 선공개곡인 ‘레인’을 넘어설 순 없었다. ‘레인’은 김예림이 직접 가사 작업에 참여한 곡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곡에 옮겨놓았다. 때문에 김예림은 상상과 감정 이입이 필요했던 여타 곡들보다 이 곡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꼽았다. ‘추억이 없어요. 난 고작 스무 살 여자뿐이어서. 슬픈 영화에 모두 울진 않아요’ 등의 가사는 모두 김예림의 실제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덤덤했어요. 슬픈 영화를 봐도 감동적이긴 한데 특별히 눈물은 나지 않고, 그런 거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울던데…. 그러다보니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비’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은 추억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거예요. 그랬더니 종신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면서 제 스무 살의 생각들을 많이 받아들여주셨어요. 그냥 ‘노래 속의 주인공은 김예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사진=미스틱89 제공 |
“목표가 없어요. 그냥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지 구체적인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았어요. 그 전에는 가수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무대에 서고 노래를 하면서 하루하루에서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 하루하루를 충실히 하는 게 제 미래를 만들겠더라고요. 지금은 그것들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야겠다’ ‘누구를 뛰어넘어야겠다’는 것 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일 수 있겠네요.”
윤종신의 방목 프로듀싱은 자유로운 김예림의 생각이 그대로 대중들에게 표출되기 위한 수단으로 제격이었다. 김예림이 목표를 따로 정해두지 않는 것도 윤종신의 스타일이 한몫했다. 그는 김예림에게 버릇처럼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