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은 선택적 시청채널이다 보니 조금은 관대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리얼리티 쇼다. 사실은 할아버지들이 배낭여행의 하루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소주를 한잔 기울인다고 할 때 그 순간은 그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있다.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인 심의만 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그리 보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이 마시는 소주 한잔이 시청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1박2일’을 연출할 때, 출연진이 술을 마시지도 않았지만 마셨다고 해도 방송을 내보내진 않았을 것 같다. 그들은 스타였고, 누군가 따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이 ‘꽃할배’를 보고 ‘멋있는데? 나도 끝나고 집에 가서 한 잔 해야지’라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일반적인 대중들의 정서가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나영석 PD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들의 정서와 취향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대중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고, 그들의 취향이나 기준은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바빠서 인터넷서 어떤 논란이 있는지 모르고 어떤 팬덤이 형성돼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제작진을 통해 들렸을 텐데 아직은 들은 바 없다. 동시에 나는 PD란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의 경우,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 옮긴 CJ E&M은 어쩌면 보다 보편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폭과 연령층이 분명 다르기 때문. 하지만 프로그램의 제작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그램은 레귤러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불가능한 기획이다. 시즌제가 보다 보편적인 케이블에서는 실험이나 도전이 용인되고 가능한 데다 시즌이 끝난 후 휴지기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PD 입장에서는 소중한 기회다.”
소위 착한 예능, 국민 예능을 만들고 싶은 국내 대표 예능 PD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어떤 걸까?
“사실 예능 PD들이 다른 방송을 잘 안 본다. 내가 일로써가 아니고 머리를 비우고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라디오스타’와 ‘개그콘서트’ 정도다.” 예상 외로 대표적인 ‘착하지 않은’ 예능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