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강철과 순이의 삶이 담겼다. 천진난만한 엄마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목욕탕 굴뚝으로 올라가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엄마를 향해 아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 짓는다. 부두에서 일하지 않으면 자신의 하루를 온종일 엄마를 돌보는 데 쓰는 자식은 듬직하다. 물론 치매에 걸린 엄마는 그 듬직함을 알진 못하지만….
당뇨와 신장 질환, 치매까지 온 엄마의 수술비가 필요해진 강철은 부산 지역 깡패 상곤(김정태)에게 돈을 빌리고, 그로부터 일본 야쿠자 두목 살해라는 명령을 받는다. 묵묵히 현실에 순응하던 강철에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지점이다. 그 명령은 강철과 순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깡철이’는 신파의 지점이 있으나 억지로 울리려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지는 지점도 그렇게 많진 않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됐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 울컥 또는 먹먹하게 만든다.
또다시 사고를 치고 아들을 가슴 아프게 한 다음 날, 순이가 집에서 김밥을 싸고 있는 장면이 그렇다.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은 당신의 환한 모습이 보기 좋은 순간. 엄마는 아들에게 유치원 가방을 메게 하고 환하게 웃는다. 정신이 돌아온 게 아니라는 걸 안 강철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린다. 관객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에 목멜 게 분명하다. 비슷한 경험이 없는 관객은 그 감정을 알기 어렵다.
김해숙과 유아인의 탁월한 연기 때문이다. 강철과 순이가 된 두 사람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진짜인 것처럼 믿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조폭 이야기도 나오지만 일부분이다. 우리 모두에게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는 한 번 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곳곳의 웃음과 유머도 영화의 재미를 잃지 않게 한다. 화가 나면 말을 더듬는 깡패 휘곤 역의 김성오도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108분. 15세 관람가. 상영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